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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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마군의 경계는 실체가 없다/원순 스님(송광사 인월암)
魔, 몸과 알음알이의 마음작용 실체 없어 관하면 경계 사라져

공부를 하다보면 마(魔)가 좋은 경계나 나쁜 경계로 나타나서 방해를 놓기도 하는데, 이것을 마군(魔軍)이나 마구니 경계라고 부른다. ‘마’는 범어 mara를 소리 그대로 표현한 ‘마라’를 줄여서 말한 것인데, ‘생명을 빼앗다’ ‘방해하다’의 뜻이다.
또 ‘악마’라고 하기도 하는데 ‘우리들의 목숨과도 같은 부처님의 지혜’를 빼앗으려고 수행자의 공부를 방해하는 나쁜 귀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마음공부 하는 데에 있어 중생의 마음을 어지럽힐 수 있는 경계는 모두 ‘마’라고 할 수 있다. 이 ‘마’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생겨나는 내마(內魔)와 바깥 경계에서 오는 장애인 외마(外魔)로 나누기도 한다. 내마는 ‘사마’(死魔) ‘음마’ ‘번뇌마’를 말하고 외마는 ‘천마’를 말한다.
사마는 ‘죽음’이라는 마구니를 말한다. 땅과 물, 불, 바람이라는 네 가지 인연이 모여 만들어진 사람의 몸은 그 인연이 흩어지면 죽게 된다. 죽게 되면 ‘수행자의 목숨과도 같은 부처님의 지혜[慧命]’를 닦아갈 수 없으니, 이 ‘죽음’을 마구니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머지 음마, 번뇌마, 천마를 <선가귀감> 20장에서 설명한다.
起心 是天魔 不起心 是陰魔 或起或不起 是煩惱魔 然我正法中 本無如是事
‘천마’란 신통이나 좋은 경계로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고, ‘음마’란 마음이 무거워져 가라앉게 되는 나쁜 경계이며, ‘번뇌마’는 좋은 경계와 나쁜 경계가 번갈아 일어나면서 중생의 시비와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바른 법 가운데에는 본디 이런 마음들이 없다.
많은 경이나 논에서 천마와 음마와 번뇌마를 다양한 형태로 설명하고 있는데, 내용이 같지는 않지만 그 뜻을 살펴 정리해 보겠다. 천마는 수행자들이 부처님의 법을 알면 제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에 온갖 협박과 유혹으로 공부를 방해한다. 무서운 용이나 범으로 나타나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늦은 밤에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수행자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또 공양을 후하게 올리는 큰 시주로 수행자의 마음을 흔들기도 하고, 수행자를 집적대어 화를 내게 하거나 근심거리를 잔뜩 안겨다 주기도 한다. 전생에 지어놓은 잡스런 복덕으로 삿된 견해를 갖추게 된 천마는 부처님의 다이아몬드와 같은 지혜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음마는 덧없이 무너질 몸에 집착하게 함으로써 수행자의 공부를 방해한다. ‘음(陰)’은 ‘오음(五陰)’을 줄여 말한 것이고 오음은 ‘오온(五蘊)’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므로 음마는 ‘오음마’나 ‘오온마’라 부를 수도 있다. ‘오(五)’는 다섯이고 ‘온(蘊)’은 쌓아놓았다는 뜻이니, ‘오온’은 다섯 가지 내용물을 모아놓은 무더기이다.
물질을 모아놓은 무더기인 색온(色蘊), 바깥의 경계를 받아들이는 마음작용을 모아놓은 수온(受蘊), 수온을 마음속에 떠올려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모습을 그려나가는 마음작용을 모아놓은 상온(想蘊), 상온(想蘊)을 통하여 어떤 알음알이 판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에 해당하는 마음작용을 모아놓은 행온(行蘊), 행온을 통하여 어떤 알음알이 판단을 내리는 마음작용을 모아놓은 식온(識?) 이 다섯 가지 내용물을 ‘오온’이라고 한다. 오온은 결국 중생의 몸과 알음알이 마음작용을 말한다. 이것이 부처님의 지혜를 공부하는데 방해되므로 마구니라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받는 중생의 고통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몸이 있으므로 받게 되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이 있고, 좋아하는데도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애별리고(愛別離苦)의 괴로움이 있으며, 원한과 증오심이 일어나기에 멀리하고 싶은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대면해야만 하는 원증회고(怨憎會苦)의 고통이 있고, 마음대로 갖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는 구불득고(求不得苦)의 괴로움이 있다.
이런 괴로움이 많아지는 것을 오음성고(五陰盛苦)라 한다. 이 몸과 알음알이 마음작용은 무상하여 그 실체가 없는 것인데도 불구, 중생은 있는 것이라고 집착해 오온에 구속되니, 이 오온이 마구니가 되어 온갖 괴로움이 다 여기에 꼬여든다.
번뇌마는 중생들이 갖고 있는 온갖 번뇌를 마구니로 표현한 것이다. 온갖 경계에 대하여 끊임없이 시비하고 분별하며 사는 중생들은 끝내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여러 경(經)과 논(論)에서 네 가지 마구니 경계를 없애는 법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 뜻을 간추려 말하겠다.
첫째 모든 법이 불생불멸임을 알면 사마(死魔)를 벗어날 수 있다. 둘째 교만한 마음을 없애면 천마가 끼어들 틈이 없다. 셋째 중생의 몸과 마음은 ‘허깨비 같아서 실체가 없다’는 것을 철저히 관하면 음마(陰魔)를 없앨 수 있다. 넷째 모든 시비와 분별이 공성(空性)인줄 알면 번뇌마를 없앨 수 있다.
서산 스님은 마구니 경계에 대해서 “모든 경계에 무심한 것이 부처님의 도이고 알음알이로 분별하는 것은 마(魔)의 경계이다. 그러나 마군(魔軍)의 경계는 꿈같은 일로서 실체가 없는 것인데 수고롭게 더 따지고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200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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