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면 백발발중 ‘쇼리’로 발음
경험으로 알고 있는 소리만 들을 뿐
요즈음 한류가 동남아를 위시해서 일본, 심지어 아랍문화권까지 유행하고 있다. 한국 사람의 춤, 음악 솜씨의 탁월함 내지는 한국 문화에 반영되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와 인간관계가 타 문화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같은 한류의 중심에 이효리라는 가수가 있다.
효리를 외국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백중 백 사람이 ‘쇼리’라고 발음한다. 아무리 효리라고 반복해도 그 사람은 쇼리라고 듣는 것이다. 필자가 알아낸 가장 좋은 방법은 ‘히요리’라고 한 자 한 자씩 따로 발음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히요리, 빨리 발음해서 효리라고 따라서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으로부터, 우리가 듣는 소리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는 소리만을 듣는 것이다. 외국인들에게는 ‘효’라는 발음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효’라고 발음하더라도, ‘효’라고 들리지 않는 것이다. 비록 과학적인 공기의 떨림,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달팽이관, 섬모와 연결된 신경의 화학적 반응이 꼭 같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소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소리의 특징을 수학적으로 표시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시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빛과 마찬가지로 소리 역시 파동이므로 파동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주파수, 크기 등을 분석한다. 이 특징을 분석함으로써, 심장의 이상을 파악하기도 하고 파동의 반사, 간섭 등이 다른 물질에서 다르게 일어난다는 성질을 이용해서 잠수함을 추적하기도 하고 석유를 탐사하기도 한다.
물론 병원에서 자주 사용하는 초음파 탐지기 역시 우리 몸 안의 다른 물질에 다르게 반사하는 소리의 성질을 이용한 기계이다. 최근에는 심장에서 나오는 소리를 분석해서 이상을 찾아내는 과학적 방법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미세한 소리를 탐지하는 기술, 그리고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을 발전시켜서, 심장의 동맥, 심실 그리고 심실 사이 문의 이상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맥을 짚어서 병을 진단한 옛 동양 의사들을 선지자라고 할 수 있다. 몸에서 전해지는 파동을 느낌으로써,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 것이다. 현대과학의 입장으로 보면, 너무 인간의 감각에 의존한다는 점이 문제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이를 인지하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효리’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우리의 인지 시스템의 한계 내에서 듣는 방식대로만 듣는 것이다.
부처님은 여섯 가지 인식의 경로를 육입이라고 말했다. 소리의 경로는 귀다. 인식 작용에 의해서 몸과 머리가 그려내는 소리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그러나 우리가 그려내는 소리의 인식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이 만들어 낸 한 가지 방법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해가 반야심경에서 이야기하는 ‘소리 없음’, 즉 ‘무 안이비 설신의’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첫 발걸음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