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병들어 임종 자리 찾아 고향에 온 사리불
브라만신 모시던 어머니에게 불법 전하고 열반
“내 어머니에게 가서 당신의 아들 사리불이 돌아왔으니 아들이 쓰던 예전의 방을 깨끗하게 치워 주십사고 전해주겠느냐?”
늙은 사리불이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리불의 집안은 계급도 높고 매우 부유하였습니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매우 영리한 여인이었는데 사리불을 회임하였을 때에는 세상의 이치에 대해 저절로 해박해졌고 지혜로워 졌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자랑이었던 큰아들 사리불이 친구 목련과 함께 고향을 떠난 지는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습니다. 그 후 아들에 대한 소문은 바람결에 간간히 실려 왔지만 고향집과는 연락을 끊고 살아서 어머니는 항상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런 아들이 돌아온 것입니다. 그것도 5백 명이나 되는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가 고향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 나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습니다. 얼핏 보면 금의환향이었지만 실은 병이 깊어진 늙은 아들이 마지막 숙제를 마치고 길고긴 삶을 내려놓을 임종의 자리를 찾아온 귀향이었습니다.
아들의 방을 손수 청소하던 어머니의 손이 자꾸만 떨렸습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알 수 없는 불안이 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어머니에게 인사를 건넬 기력도 없었습니다. 제자들에 둘러싸여 간신히 자신의 옛 방으로 들어간 뒤로 시뻘건 피를 토해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는 그저 방문에 기대어 아들의 제자들이 들고나는 피가 담긴 그릇만을 바라보며 가슴을 태울 뿐이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수많은 하늘의 신들이 사리불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찾아왔습니다. 지혜로운 어머니는 방문 앞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제일 마지막으로 다녀간 신이 바로 자기가 모시고 있는 브라만신임을 알고 그제야 사리불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아들아, 지금 다녀간 신이 내가 모시는 브라만신 아니냐? 그렇다면 네가 저 신보다 더 높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제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탄생하셨을 때는 한 명도 아닌 네 명의 브라만신들이 아기 부처님을 황금그물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믿고 있는 사상과 종교에 정통해 있었고 단단히 무장해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에 대해 궁금해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섬기는 신이 아들에게 절을 했고, 그 아들은 행복에 겨운 목소리로 자신의 스승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석가모니라는 분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리불은 그런 어머니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 때를 놓치지 않고서 부처님이 어떤 덕을 지닌 분인지를 설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현명한 어머니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자 금방 알아들었습니다. 그녀는 길고긴 탄식을 토해냈습니다.
“아들아, 그토록 훌륭하고 실제적인 행복의 길을 왜 이제야 가르쳐 주는 것이니? 왜 진작 이렇게 설명해주려 하지 않았니?”
사리불은 더할 수 없이 커다란 행복에 휩싸였습니다.
‘내 어머니는 매우 지혜로운 분이시다. 그래서 섣부른 수행자들은 오히려 어머니를 진리의 세계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었다. 내 어머니를 부처님의 세계로 인도할 사람은 오직 아들인 나뿐이었다. 이제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의 은혜를 갚았다. 내 어머니는 성자의 단계에 들어가셨다. 내가 살아서 해야 할 마지막 일을 이제 마쳤다.’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알아챈 사리불은 어머니를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선정에 들어 영원한 평안의 경지에 들어갔습니다. 방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어머니는 황급하게 좇아 들어가 평온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아들 사리불의 발을 쓰다듬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너를 몰랐구나. 이제야 너를 만났지만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구나.”
아들의 발을 부여잡은 어머니는 밤이 새도록 통곡을 하였습니다. 얼마나 울어야 그 아쉬움이 풀리겠습니까? 하지만 어머니는 늙고 병든 아들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아들이 올리는 마지막 말씀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에 버금가는 지혜의 상징 사리불 존자가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한 일, 그것은 바로 자신을 이 세상에 있게 해준 가장 큰 은인인 어머니에게 지혜의 등불을 나눠드리는 일이었습니다.
◇밍군 사야도의 <부처님들의 위대한 생애>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격월간지 <호두마을>(2005년 9,10월호에서 재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