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인 듯합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가끔 강원도나 전라도, 경상도 등에 사시는 도반들을 만나러 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날은 충북 진천에 가게 됐습니다. 그저 도반님들과 모여 된장을 담글 콩을 보러 가게 된 것인데, 이곳에서 너무나 신비한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도반들과 이른 저녁을 먹고 주변 경치 구경에 나섰는데 주변에 작은 암자가 있다고 해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우선 법당에 들어가 삼배를 올리고 잠시 참선을 한 후 나와 절을 구경했습니다. 정말 조그맣고 아늑한 암자였습니다.
그곳에 작은 샘이 하나 있었는데 그 곁에 펌프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라 신기해하고 있는데, 그 곁에는 연근이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아니 연근이 왜 이리 많지?’라는 생각에 한 번 만져보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연근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한창 우리끼리 토론을 벌이다 그 정체가 너무 궁금해 스님 뵙기를 청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따뜻한 방으로 우리를 들이시고, 우리가 궁금해 하던 그것을 한 개 깎아 오셔서 맛을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야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야콘 냉면’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직접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야콘은 쫄깃한 맛이 있으면서 부드럽게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넘어간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날 우리에게 내 주신 차 역시 야콘차였는데, 그 맛이 아주 부드럽고 입 안에 머무는 향이 정말 은은하고 좋았습니다.
스님께서는 건강식으로 야콘을 죽이나 차, 나물로 만들어 드신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이날 스님께 야콘을 몇 개 얻어와 이런저런 음식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날 스님께서 야콘을 챙겨 주시며 “외모가 예쁘다고 맛이 좋거나 영양이 많은 것이 아닙니다. 이렇듯 못생기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식물이지만 우리에게 맛과 영양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어찌 처음 보는 우리에게 이렇듯 따뜻한 가르침과 행복을 안겨주시는지. 전 산속에서 관세음보살님을 만나고 온 듯 행복한 기분이었습니다.
■만드는 법
<야콘 스파게티 재료> 야콘 분말차 1작은술, 스파게티면 1줌, 청색피망 1/2개, 빨강 피망 1/2개, 죽염 약간
녹차기름 약간, 흰후추 약간
① 피망은 길이로 채 썰어 녹차기름에 살짝 볶아준다.
② 야콘차는 물과 1:1로 섞어 풀어준다.
③ 스파게티면은 뜨거운 물에 삶은 후 녹차기름에 볶는다.
④ 볶아진 스파게티 면에 만들어 놓은 야콘차 물을 넣어 볶아주고 나머지 야채를 넣어
볶아준다.
⑤ 죽염과 후추로 간을 한다.
▶다음 주에는 딸기 냉스프와 야콘 찹쌀케이크를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