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지는 모습 인생사와 흡사
삶이 영원하다면 그 역시 두렵지 않을까
자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순간적으로 꽃을 피워내고 또 그것을 사라지게 한다.
이와 같이 자연 현상의 과학은 선형적이지 않고 지수함수적이다. 오늘과 내일의 변화가 같은 정도만큼 변화하는 것이 아니고, 어제와 오늘의 변화보다 오늘과 내일의 변화는 수배가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를 수학에서는 지수함수적으로 변화한다고 말한다. 시간에 따라서 지수함수적으로 변화하는 양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선형적인 증가가 아니라, 갈수록 더욱 증가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매우 조금씩 증가해서 느낄 수 없으나, 갈수록 더욱 증가폭이 커져서 나중에는 한 그래프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 벚꽃이 피는 정도를 매일 관찰하면 지수함수적인 변화를 보일 것이다.
이러한 지수함수적인 변화는 과학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디지털과 같은 신호를 처리하는 반도체 트랜지스터나, 20세기 빛의 혁명을 일으킨 레이저의 동작에서 역시 지수함수적인 변화를 볼 수 있다. 디지털 신호처리에서 사용되는 트랜지스터는 높은 입력 전압이 들어오면 전류를 흘리고, 낮은 입력 전압이 들어오면 전류를 흘리지 않는 스위칭 특성을 가짐으로써, 1과 0신호를 처리하게 된다. 실제로 입력 전압을 증가시키면서 트랜지스터 전류를 측정하면 전류 증가는 지수함수적이다. 마치 벚꽃이 지수함수적으로 피듯이 말이다. 실제로 회로에서는 0전압과 1전압에서 흐르는 매우 작은 전류와 매우 큰 전류를 이용 하지만. 이러한 지수함수적 증가의 특징은 언젠가는 증가가 멈추게 된다는 점이다.
만개한 꽃이 지고 나면 5월의 신록이 시작할 것이다. 신록의 시작 역시 지수함수적이 될 것이다. 옛 중국 명필 왕희지는 불후의 명작 ‘난정서’에서 봄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인생의 유한함을 노래하기도 했다. 지나가는 것에 아쉬움, 그리고 기약 없는 생사에 대한 두려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벚꽃이 그 자리에서 영원히 피어 있다면 우리는 오히려 지겹고 피곤하게 느낄 것이다. 아마도 그 다음 변화를 기다릴 것이다. 마치 유한한 인생을 아쉬워 하지만, 영원히 이대로 죽지 않고 살라고 하면 상상할 수 없는 두려움에 빠지는 것과 같이 이러한 두 가지 마음이야 말고 빛과 그림자와 같은 존재의 모습일지 모른다.
아름다운 봄, 곧 부처님 오신 날을 맞게 된다. 아름다운 계절, 불자들뿐만 아니고 종교와 관계없이 꽃이 피고 지는 것으로부터, 공의 원리를 체득하는 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비어 있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꽃이 필수 있겠는가. 꽃이 지지 않고 영원히 계속 피어있으면 어떻게 열매를 맺을 수 있으며, 만물을 먹일 수 있을까. 이러한 변화야 말로 우리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다르마일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영원히 살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는 것 대신, 오히려 이 시점에 같이 살아가는 이웃사람들, 자연, 그리고 우주의 변화하는 모습에서 공의 진리와 자비의 원리를 배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