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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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원순 스님(송광사 인월암)
조주 스님 ‘구자무불성’ 화두
끊임없이 공부 챙길 것 강조

간화선이란 명칭은 묵조선을 염두에 두고 붙인 것으로서 임제종 대혜(1089~1163) 스님의 가풍을 상징한다. 간(看)은 ‘본다’라는 뜻이고 화(話)는 ‘공안’이라는 뜻이다. 고인(古人)의 화두를 가지고 간절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참구하여 마침내 깨달음을 얻는 이런 선풍을 간화선(看話禪)이라고 한다.
먼저 마음이 고요해진 뒤에 지혜가 생긴다는 것을 주장하는 묵조선과는 달리 간화선은 지혜를 우선하였고, 지혜를 얻으면 고요한 선정은 저절로 따라 오는 것으로 보았다.
여러 가지 견해가 있겠지만 간화선은 당나라 조주 스님(778~897)의 ‘개에게는 불성(佛性)이 없다’라는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 공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조주 스님은 당나라 사람으로 어려서 출가하여 남전보원(南泉普願) 스님 밑에서 이십 년 동안 머물렀고, 그 뒤 여러 스님들을 찾아다니면서 공부를 하였다.
여든 살에 대중들의 간절한 청을 받아들여 조주의 관음원에서 머물면서 사십 년 동안 공부하는 사람들을 맞이하여 가르치며 선풍을 크게 드날렸다. 북쪽에서 남종선(南宗禪)의 가풍을 크게 떨치던 조주 스님은 백스무 살에 입적하였다.
시호를 진제대사(眞際大師)라고 받았고 저서로는 <진제대사어록(眞際大師語錄)> 3권이 남아 있다. 그의 가르침이 참으로 컸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조주(趙州)의 고불(古佛)’이라고 불렀다.
당(唐)나라 말기에는 고칙(古則) 공안으로 알음알이를 타파하는 선풍이 극에 달했고, 송(宋)나라 대혜 스님에 이르러서 화두를 전문적으로 참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어났다.
뒷날 임제종에서는 이 주장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공부의 기준으로 삼은 뒤 간화선의 선풍은 더욱 드날리게 된다.
이러한 선풍은 오늘날까지도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송나라 이후에는 선종과 정토종을 결합시켜 ‘아미타불(阿彌陀佛)’ 네 자를 공안으로 삼는 선풍도 한 때 크게 일어났다. 이것 역시 간화선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간화선을 공부하는 방법에 대하여 <선가귀감> 15장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日用應緣處 只擧狗子無佛性話 擧來擧去 疑來疑去 覺得沒理路沒義路沒滋味 心頭熱悶時
便是當人放身命處 亦是成佛作祖底基本也
날마다 맞이하는 인연 속에서 다만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라는 화두만 들고 오고 가며 끊임없이 의심하여 공부를 챙겨가다, 이치로도 알 수 없고 뜻으로도 알 수 없으며 아무 재미도 느껴지지 않아 마음이 뜨거워지고 답답해질 때, 바로 그 자리가 목숨을 놓아 버릴 곳이며 또한 부처님이 되고 조사가 되는 기본 바탕이 된다.

조주 스님에게 어느 날 어떤 스님이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조주는 “없다”라고 하였다. 경에서는 꿈틀거리는 보잘것없는 미물들도 다 불성이 있다고 했는데 조주는 무슨 까닭으로 “없다” 라고 말했는가?
몽산 스님은 <몽산법어> ‘무자(無字) 십절목(十節目)’에서 말하기를 “만약 조주 스님의 선(禪)을 말로 밝힐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뒷날 쇠몽둥이로 맞으리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화두를 들어야 할까? 화두를 들 때 조금이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온갖 재주들은 조금도 써먹지 말아야 한다. 다만 오고 가며 앉고 눕는 삶 속에서 화두가 끊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해야 할 뿐이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 있는 곳에서 제멋대로 이리저리 분별하지 말아야 한다.
화두를 들고 끊임없이 공부를 챙겨 나가다가 이치로도 알 수 없고 뜻으로도 알 수 없으며 아무 재미도 없어 마음이 뜨거워지고 답답해질 때, 바로 그 자리가 산 사람의 목숨을 내던질 곳이다. 이와 같은 경계에 이르러 놀라 선뜻 물러날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하니, 이때가 바로 부처님이 되고 조사 스님이 되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서산 스님은 말한다.
“어떤 스님이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니 조주 스님은 ‘없다’ 라고 하였다. 이 한 마디는 종문(宗門)의 한 관문이며 못된 지견을 꺾는 무기이기도 하며 모든 부처님의 얼굴이기도 하며 모든 조사 스님들의 골수이기도 하다. 이 관문을 뚫은 뒤에라야 부처님이나 조사 스님이 될 수 있다.”
오조법연 스님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趙州露刃劒 寒霜光焰焰
擬議問如何 分身作兩段
시퍼렇게 날이 선 조주 스님 칼
서릿발 기운처럼 번뜩이는데
이리저리 무어라고 물을라치면
그 자리서 몸뚱이가 두 동강 나리.
200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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