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지역간 갈등·환경오염 고통 속
조화로운 사회 건설 위한 불가피한 선택
중국에 전해진 이래 2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불교는 중국 문화에 심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불교가 없었다면, 방대한 스케일과 깊이를 함께 간직해온 중국의 문학·미술·음악·철학 등 모든 문화가 성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서기 1949년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른바 ‘개혁 개방 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까지 불교는, 다른 모든 종교와 마찬가지로 ‘인민을 억압해온 권력이며 아편’으로 대접을 받고 공식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중국 정부의 불교 정책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넷 현대불교 <붓다뉴스> 4월 12일자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불교포럼’을 제안하여, 세계 30여 나라에서 온 불자 1,000여 명이 참가하는 제 1차 대회를 저지앙(浙江)성 항저우(杭州)와 저우산(舟山)에서 개최하고 있다.
‘세계의 화합은 마음으로 시작하자’를 주제로 내건 이번 포럼의 주최 측에서는 “세계 각국의 불자들을 위해 높은 수준의 강연을 제공하고 중국 불자들과 세계의 불자들이 대화·교환·협력을 통해 지혜를 나누는 것이 포럼의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가 중국 불교계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포럼’ 준비위원으로 참여하는 중국 종교성 소속의 한 스님이 “이번 포럼을 통해 중국 정부가 종교에 대한 정책을 좀더 관용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하는 데에서도 이번 ‘포럼’의 정치적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신화(新華)통신’에서 “중국에서 세계적인 불교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1949년 공산당 집권 이후 최초의 행사”라고 보도하는 것만 보아도, 이번 ‘포럼’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그 순수성에 대해 의심을 하는 서구 언론의 시각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의도와 목적, 그리고 비판에 치중하는 서구의 시각은 별개로 하고, 우리는 ‘중국 정부가 왜 이 시점에서 불교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가, 아니면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영자지인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 2006년 4월 11일자에는 ‘조화로운 사회 건설에 공헌하는 불교’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의 요지는 “중국의 주류 종교인 불교가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고 세계 평화를 이룩하는 데에 있어 특별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중국종교사무국 예샤오원(葉小文) 국장은 “화합과 평화에 대한 심오한 사상을 간직하고 있는 종교인 불교가 인민 대중들 사이에서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따라서 사회적 조화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 동안 배고픔의 해결이 과제였던 중국이 이제는 빈부 격차와 지역간 갈등, 산업화에 따르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고통에 직면하게 되었고, 당연히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동안 그 ‘답’을 찾아 탐색하여 ‘그 해결책을 불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이제 그 결과가 ‘다양한 불교 정책의 변화’로 드러나는 것이다.
예샤오원 국장의 말과 같이, 화합·평화와 자비라고 하는 불교적 정신을 함양함으로써 중국 내부의 화합과 세계의 평화에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음은 확실하다.
중국 정부의 불교 정책 변화는, ‘사회 통합과 화합을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고 불교가 필수가 된 현실 상황’에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