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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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의 피해자/신연숙(한국여성의전화연합 가정폭력추방팀장)
최근 마산에서 발생한 가정폭력피해자의 가해자 살해에 대해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져 관심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당연하다는 의견과 살인사건인데 너무 관대하다는 의견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마산의 가정폭력피해자는 사건 당일 술에 취해 2시간 넘게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고 남편이 잠들자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남편의 목을 졸랐고 자수했다. 당시 그 피해자는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부어있었고 두개골과 갈비뼈엔 골절상을 입어 자수한 후 병원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로 폭행을 당한 상태였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강릉여중생의 아버지 치사사건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이러한 판결은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인정한 판결이란 점에서 여성계에선 환영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비슷한 사건들 가운데 가정폭력의 상황과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최근에서야 가정폭력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하는 판결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정상 참작으로 양형에 참고할 뿐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판결을 내린 적은 없다.
가정폭력과 연관된 가족원의 살해 행위는 가정폭력의 가해자에 의한 살해와 가정폭력 피해자인 부인과 자녀에 의한 가해자 살해 행위로 나뉘는데 이에 대한 처리과정은 현저히 다르다. 가정폭력의 연장에서 이루어지는 살인과 살해행위는 보통의 경우 폭행치사 등으로 처벌되며 심지어 기소유예로 처리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두 번째의 경우는 거의 살인으로 예외 없이 중형으로 처벌을 받아왔고 그 사건의 원인이 된 가정폭력이 경시되고 심지어 사회의 비난을 받게 되기도 하여 처벌의 형평성에 많은 문제를 드러내왔다.
특히,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살해 행위 중 장기간의 폭력상황 노출과 며칠간 혹은 사건당일에도 강력한 폭력과 협박을 당하던 피해자가 잠을 자는 가해자를 죽이는 경우는 폭력의 현재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 관점’에서는 가해자의 공격이 임박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장기간 구타당해온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살인 당시 자신이 죽음 또는 심각한 신체상해에 직면해 있다는 인식이 합리적일 수 있음을 인정하여 정당방위에 대한 법리의 변화가 필요하다.
폭력의 현재성, 방어의 상당성이 있어야만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것은 여성폭력 피해여성에게 맞다가 죽으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많은 경우 가정폭력피해자는 폭력 후 잠든 남편을 죽이게 된다. 그러나 몇 시간 동안 계속 때리다가 잠이든 남편이나 아버지는 잠이 깨면 또 때리는 상황이 올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으므로 잠깐 쉬는 것이지 폭력이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피해여성에게는 잠이든 남편을 죽이는 것에 대해 폭력의 현재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재판부에서 최근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인정하고 형량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동안 가정폭력 피해자의 가해자 살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여성의 전화’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형법 개정논의를 통해 남성중심적인 정당방위 규정을(이는 남성과 남성간의 힘의 균형이 대등한 관계에서의 폭력만을 범주에 놓고 있을 뿐이다) 바꾸어 냄과 동시에 법의 적용에 있어서 여성주의적 관점의 재해석과 이를 통한 사법체계의 변화를 이루기 위해 더욱 활발하고 끈질긴 활동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0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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