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자식 잘 되길 바라는 것도 욕심일까?
삶 개선·행복해지려는 마음은 욕심 아니다
우리 동네 부대찌개 식당 아주머니 이야기를 들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근데 요즘 이 아주머니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
식당을 확장하고 싶은데 “사람들은 돈이 좀 벌린다 싶으면 사업장부터 넓히려 든다”면서 작은 식당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이 분을 제가 신문에 큼직하게 자랑하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절에 가면 스님들로부터 ‘집착을 버려라’ ‘욕심을 버려라’는 법문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정신없이 일에 치이고 돈 벌기에 급급해서 살다가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싶어 찾아간 법회에서 그런 법문을 들으면 세속의 내 삶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습니다.
하지만 절을 나서는 발걸음이 개운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바로 “그렇다면 지금 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욕심이란 말일까?”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잘 살고 싶은 것도, 건강하고 싶은 것도, 행복해지고 싶은 것도 욕심일까? 남편과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것도 욕심일까?
그런 게 다 욕심이라면 절에 가서 법문 들으며 내 인생을 의미있게 살려고 하는 것도 욕심일까요? 그럼 스님들이 사람들 착하게 살라고 법문하시는 것도 욕심일까요? 욕심을 버리겠다는 마음도 욕심일까요?
식당 아주머니의 그 고민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 이제 슬슬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 그런데 절에 가면 욕심을 버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충분히 돈을 더 벌고 사업을 더 일으킬 능력이 있는데도 그만 두어야 하는 것일까?’
<중아함경(제법본경)>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은 욕(欲)을 근본으로 삼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욕(欲)이란 것은 이러저러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의욕)입니다. 다시 말하면 생명체에게는 무엇인가를 하려는 마음이 본능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생명을 이룬 것이고, 그 생명을 유지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삶을 개선해보려고 하는 마음, 행복해지려는 마음은 절대로 버려야 할 욕심이 아닙니다. 그것은 버리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눈이 없는 사람이니 세상을 살아갈 길이 막막한데도 살아갈 방도를 찾으려는 생각을 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둘째는 눈이 하나만 있는 사람이니 부지런히 돈을 모으기만 할 뿐 얻은 재산으로 제 스스로 즐거움을 누리지도 못하고 남에게 베풀지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셋째는 두 눈이 다 있는 사람이니 부지런히 일해서 돈을 열심히 벌고 벌어둔 돈도 잘 관리하면서 두루두루 베푸는 사람입니다.(칠처삼관경)
이것만 보아도 현실적으로 뭔가를 하려고 마음을 내지 않는 사람 즉 의욕이 없는 사람을 얼마나 따끔하게 지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버려야 할 욕심’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그것은 바로 이치에 어리석은 이가 품는 욕심입니다. 그 이치는 바로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법칙입니다. 인과법인 것이지요. 인과법을 알지 못하고, 또는 알아도 머리로만 알아서는 남이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얻은 것들을 탐내는 마음이 바로 버려야 할 욕심인 것입니다. 한 아름의 수확을 얻고 싶으면 그 만큼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고작 한 줌의 노력만 기울이고는 한 아름의 수확을 바라는 마음, 자식에게 선업을 짓도록 가르치지 않고 오직 자식이 복 받기 만을 원하는 마음이 버려야 할 욕심입니다.
식당 아주머니가 사업장을 넓히고 싶은 것은 ‘버려야 할 욕심’이 아닙니다. 그 분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정성을 들여서 식당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사업장을 넓힐 자격이 충분히 주어졌습니다.
다만 부처님은 이런 점은 꼭 당부하고 싶을 것입니다.
내가 능력 있어서 벌어들인 돈은 주변 사람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 내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세상에는 독불장군이란 없다는 점, 이 세상이 언제까지나 내 뜻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평생을 쌓아올린 재산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고, 그 능력 있는 이 내 몸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재산을 불려가고 사업을 확장하는 재미보다 ‘더 크고 가치 있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다는 점.
이런 점을 잊지만 않는다면 부처님도 힘차게 격려의 박수를 보낼 것이라 믿습니다. 정당한 노력을 기울여서 맞이하게 된 식당 아주머니의 사업 확장의 꿈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