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항상 큰이모님을 뵈면 ‘살아 있는 보살’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큰이모님은 칠순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만 되면 일어나 목욕하시고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불경을 읽기 시작하십니다. 108염주를 돌리면서 경전을 읽으며 깨끗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항상 뵐 수 있었습니다.
그런 큰이모님과 함께 대전에 있는 한 사찰에 간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초하루날이였던듯 싶습니다. 수많은 신도들이 법당에서 절을 하고 스님과 함께 기도를 하고 점심 공양을 들었는데, 비빔밥이 제공되었습니다.
비빔밥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나물에다 고추장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절의 비빔밥은 내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믿지 않았을 정도로 아름다운 비빔밥이었습니다. 흰색 콩나물, 붉은색 당근, 초록색 상추 그리고 연회색의 느타리버섯 등 다양한 색으로 꾸며 만들었고 다시마와 무, 표고버섯을 넣어서 뜨거운 국물을 만들어 내셨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뭐 똑 같은 비빔밥이잖아?”라고 하시겠지만 그 절에서는 채수를 우려내고 남은 다시마를 아주 곱게 채를 친 후 비빔밥에 올려 오색을 만들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국물 내고난 다시마를 당연히 버릴 줄 알았는데, 그것을 다시 비빔밥에 올려 색을 맞추다니. 그것이 바로 ‘음식의 예술’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게다가 채 썬 다시마를 데쳐 논 콩나물과 겨자 소스를 이용해 냉채로 만들어 놓은 그 지혜로움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채수를 끓이고 난 아무 영양가 없는 다시마 한 조각이라도 버리지 않고 음식에 다시 이용하시는 그 지혜로움. 아마 이것이 산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맛이 그리워 가끔 그 때 먹어본 비빔밥을 재현해 보지만 아직 당시의 깊은 맛을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저의 수양이 부족하고 공부가 덜 된 탓이겠지요?
■만드는 법
<다시마콩나물무침> 재료: 채수 끓이고 난 다시마(10x10cm) 1장, 콩나물 1줌, 감자 1/2개, 오이 1개, 겨자소스(겨자가루 1큰술, 뜨거운 물 1큰술, 감식초 1큰술, 설탕 1/2큰술, 사이다 1큰술, 참깨 1작은 술, 사과 1/5쪽)
① 다시마는 길이로 채 썬다.(불린 다시마는 미끄러우므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 채 썬다) ② 콩나물은 머리와 줄기부분을 따고 뜨거운 물에 데쳐서 냉수에 담가 둔 후 물기를 완전히 빼준다. ③ 감자는 아주 곱게 채 썰어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구어 전분을 완전히 제거한다. ④ 오이는 어슷 썰어 준비한다. ⑤ 오이는 접시에 돌려 담는다. ⑥ 준비된 재료를 겨자소스에 버무려 완성한다.
<겨자소스>
① 겨자가루는 뜨거운 물로 개어 매콤하게 만든다. ② 뜨거운 물로 갠 겨자를 5분 정도 후에 감식초, 설탕, 사이다를 넣어 설탕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 저어 준다. ③ 참깨는 칼등으로 곱게 다진다. ④ 사과는 씹히는 감이 있을 정도로 다진다. ⑤ 만들어진 겨자소스에 참깨와 사과를 넣어 완성한다.
▶다음 주에는 미역주먹밥과 미역자반을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