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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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한명우(취재부 기자)
어떤 사람이 삼백 가마솥의 밥을 중생에게 보시하였다고 하자.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소젖을 짜는 잠깐 동안이나마 모든 중생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혔다면, 그 먼저 사람의 보시 공덕은 뒷사람의 억만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잡아함 부경>

지난 3월 9일 밤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에서 눈치를 살피던 한 노인이 옷 속에 뭔가를 숨겼다. 그는 노숙자였다. 결국 이 노숙자는 경찰에 넘겨졌고,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그가 훔친 것은 2500원짜리 땅콩 캔 하나였다.
그는 전과 11범인데다, 출소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유도 출소한 지 3년 안에 죄를 저지르면 형이 2배로 가중된다는 형법상의 ‘누범조항’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11차례 범죄에 19년 복역. 이 사람이 그동안 훔치려했던 것은 7만원어치의 신문뭉치와 1년째 주인 없이 메어있던 중고 자전거, 그리고 1만5000원짜리 손수레 등이었다.
이 뉴스를 접한 다음날 출근길 지하도 계단에서 어린 자식을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는 한 여성 노숙자를 보았다. 아이는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무능력한 것은 이 사회에서는 ‘죄’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왜 그 잘 난 사람들처럼 살지 못하느냐”는 힐난을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필자가 그 노인이었더라면 더 비싼 것을 골랐을 것이다. 필자가 그 여성 노숙자라면 도둑질을 해서라도 아이를 먹이고 입혔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돌을 던진다면 기꺼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몇 십억씩 횡령하고도 멀쩡한 기업이나 정치인, 그리고 사람보다는 법이 위인 고매(?)한 사람들이 던지는 돌은 사양하겠다. 그런 돌에 맞으면 너무도 억울하지 않겠는가.
200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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