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절에 머물 때면 스님이 기도하실 때 곁에 쭈그리고 앉아 기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기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스님께서 “절 해라! 부처님께 건강하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해라”라고 말씀하시면 그저 흉내만 내는 정도였습니다.
스님이 기도를 끝내시기도 전에 놀러 나가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어린아이라 해도 참 철이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스님께서는 따뜻한 봄이 오면 밖에서 공양하시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밭에서 농사지은 상추나 당시에는 이름도 모르던 잎이 큰 나물 등을 밥솥에 쪄서 된장을 넣어 쌈밥을 해 제 입에 넣어 주셨습니다. 나른한 봄이 되면 그때 생각이 납니다.
아마도 그 당시 잎이 큰 채소는 근대나 양배추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왜 그렇게 먹기 싫었는지 모르겠지만, 밥 한번 먹기가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를 생각하며 밥솥에 호박잎이랑 양배추, 근대 등을 쪄서 쌈밥을 자주 해먹곤 합니다.
스님께서는 가끔 양배추를 샐러드로도 만들어 드셨습니다. 스님께서는 항상 “야채를 잘 먹어야 잘 싸기도 한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동안 음식을 만들면서 제 입에 맛있는 것만 찾아서 만들어 왔는데 그러다보니 다양한 음식의 맛과 그 음식 속에 들어 있는 풍부한 영양소를 다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양배추 속에 있는 칼슘이나 비타민, 무기질이란 것을 모르더라도 양배추를 먹으면 피부도 밝아지고, 배변활동도 좋아지는 이치가 바로 식재료 속에 있는 영양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뜻한 봄이 오는 길목에서 양배추 샐러드와 양배추찜 그리고 여러 야채를 챙겨서 소풍가고 싶은 충동이 가슴속에서 아지랑이 피어나듯 피어나고 있습니다.
■만드는법
<양배추 샐러드> 재료 : 양배추 1/4통, 사과 1개, 빨간 피망 1/4개, 소스(감식초 2큰술, 녹차기름 2큰술, 설탕 1/2큰술, 소금 약간, 사과즙 4큰술)
1. 양배추는 곱게 채 썰어 냉수에 담가둔 후 물기를 뺀다.
2. 사과는 껍질째 채 썰어 냉수에 담가둔 후 물기를 빼고 빨강 피망은 작은 사각형으로 잘라준다.
3. 소스를 만든다.
4. 양배추와 사과를 섞은 뒤 소스를 뿌리고 빨강 피망을 위에 뿌려준다.
<양배추 피클> 재료 : 양배추 1/4통. 빨간 미니 파프리카 2개, 적고구마 가루 약간, 절임물(감식초 5큰술, 설탕 5큰술, 물 5술, 소금 5큰술)
1. 양배추는 먹기 좋게 썰어준다.
2. 미니 파프리카는 한입 크기로 잘라준다.
3. 절임물 재료로 절임물을 만들고 적고구마 가루를 넣어 색을 낸다.
4. 양배추와 미니 파프리카를 섞은 뒤 절임물을 부어준다.
▶다음 주에는 다시마 콩나물 무침과 겨자드레레싱을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