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인종으로 이루어진 도시국가 특성 고려
활발한 법보시 운동·열린 포교로 다양성 흡수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싱가포르는 인구가 400만 명 정도에 불과하고 국토 면적도 아주 작은 도시국가이다. 이 인구 중 중국계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말레이계와 인도계도 적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와 여행객이 항상 300만 명이 넘을 정도이다. 좁은 도시 국가 안에서 이처럼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칫 잘못하여 혹시 어떤 작은 사건이나 사고가 뇌관이 되고 여기에 ‘불’이 붙게 되면, 마치 휴화산(休火山)이 다시 폭발하여 거대한 화산활동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싱가포르처럼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종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그 사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각 종교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전체 사회의 평화와 화합을 이끌어내는 순(順)기능을 다하면 미래에 대해 낙관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지만, 이와 반대로 그 사회의 여러 종교 중 단 한 곳에서라도 역(逆) 방향으로 질주할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사회 전체의 근간이 무너지는 파멸에 이를 수도 있다.
싱가포르 시내를 다니다보면, 원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불교음악·법문·독경 CD와 불교 서적을 무료로 마음껏 가져갈 수 있도록 진열해 놓은 곳을 만난다. 이곳의 ‘법보시’ 물품에는 영어와 중국어로 이루어진 법문을 담은 CD에서 시작해 불교 서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데, 이 ‘법보시 불사(法布施佛事)’를 책임지고 있는 ‘보각선사(普覺禪寺)’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크다.
정기 법회와 수행 프로그램과 같은 기본적인 불교 수행은 물론이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토·일요 불교학교’와 쉼터 도서관 등을 개설하고, ‘일일(日日) 수행 과정’을 만들어 단계별 교육을 실시한다.
이밖에도 악단을 조직하는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펼치고, 동호회를 조직하여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가게’와 유사한 ‘재활용’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신도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세계적인 스님들과 불교학자들을 초청하여 법회와 강연을 펼치고 그 내용을 홈페이지(www.
kmspks.org)에 올려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홈페이지에서는 영어와 중국어판의 다양한 불서를 전자도서 형태로 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스님들과 일반 신도들이 떨쳐버리기 어려운 ‘육식(肉食)’ 문제나 ‘자살’과 같은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을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중 사회의 불교적 해결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초청 법사가 특정 국가나 인종 출신의 스님들에 한정되지 않고, 한쪽에 치우친 신앙행태를 벗어나 ‘선과 정토, 화엄’ 등 대승불교의 수행뿐만 아니라 남방불교의 수행체계도 균형을 갖추어 소개하여 대중들이 근기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점은 눈길을 끌게 한다. 이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싱가포르의 지리·역사·문화적 배경’을 크게 배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여러 인종으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 ‘보각선사(普覺禪寺)’는 ‘다양성 속의 화합’을 이룩하는 큰 불사를 하고 있어 종교가 본래 맡아야 할 순(順) 기능을 다하고 있고 활발한 법보시 운동과 인터넷을 통한 국제 포교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으니,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구호가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