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깨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정치와 경제가 시끄럽고, 교육과 문화가 시끄럽고, 종교가 시끄럽고, 환경이 시끄럽고, 먹는 것이 시끄럽고 시끄럽지 않는 것이 없이 세상은 온통 시끄러움으로 가득하다.
지진과 화산과 태풍과 쓰나미가 가공할 위력으로 인간 세상을 위협하며 자연재앙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엊그제는 모 재벌그룹의 레저 시설에서 일시에 몰려든 무료입장객 수 만 명이 뒤엉켜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인간 세상은 생로병사가 아니더라도 갖가지 위험으로 충만해 있다. 천재(天災)는 물론, 문명의 이기로부터의 위험이 천재를 능가할 만큼 가공스럽게 되었다. 오래 전에 런던의 스모그가 인간세상을 경악케 하더니 대만의 행텐과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와 이태리의 익메사와 인도 보팔의 다이옥신 유출사고가 또다시 우리를 경악케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이리역 열차 화약폭발사고, 낙동강의 페놀 유출사고, 여수 화학공장의 화학 융합로 폭발사고를 비롯하여 입장객 사고만 하더라도 서울역 승객 입장사고, 몇 달 전의 상주공설운동장 입장사고에 이어 똑같은 사고가 엊그제 또 롯데월드에서 발생했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이번 사고는 그 이전에 발생한 안전사고로 실추된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행사로 선심무료개장을 하다가 발생한 것이어서 기업이미지 제고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이 스스로 자기얼굴에 먹칠을 하는 꼴이 되었다는 점이다. 하루에도 수 천 명이나 입장하는 시설의 안전관리 책임자가 스스로 상상이 안되는 안전불감증으로 놀이시설에 탑승하여 목숨을 잃는 사고를 유발했다면 그것이야 말로 넌센스라 할 것이다.
모 항공사의 여객기가 구소련 무르만스크에 불시착한 사고나 사할린 앞 바다의 격추사고도 안전불감증에서 발생한 사고일 것이라고 스위스재보험사의 고위관계자는 추정했다.
수년전에 모 수도 사업소의 직원은 “소독을 위한 크로칼키의 투입은 대충하는 것”라고 말하더니 모 제과업체의 회장은 “사업은 과학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입활어는 보세수조에서 검역도 하기전에 밤새 밀반출되고 있었고, 수산시장의 활어판매장엔 원산지 표시가 없어도 회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예전엔 백색조미료를 머리가 좋아지는 조미료라고 선전했고, 발암물질인 크로로핵사펜을 함유시킨 세수비누를 피부가 좋아지는 비누라고 선전했다. 얼마전에는 과자 등의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감미료가 아토피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도에 식품제조업자들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니 어물쩍 논의나 검증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자본주의는 기업가의 기업윤리를 전제로 하는 경제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윤에만 눈이 먼다면 악덕기업일 수밖에 없고 결국 기업은 고객들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덕은 계속되고 소비자는 둔감하여 불감증에 빠져있다.
인공위성이 아무리 커도 우주공간에서는 모래알 보다도 작은 것일 터인데 그것들이 무한의 우주공간에서 도킹을 하는 시대에 입장객 안전 하나 컴퓨터로 시물레이션 할 수 없는 기업이 일류기업이 되고 세계적인 과학자라는 자들이 연구의 목적물이 뒤바뀌어도 모르는 줄기세포 연구를 했다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도박이 되고 코미디가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 술 더 떠 그 난리를 떨고, 국민들은 그 과학자 그 정부와 함께 놀았으니 세기의 문명사가 코미디가 될 판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역사를 되풀이 해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