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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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남해 보리암/서울대 전기공학부
아름다운 봄, 산사에서 관세음보살상 보며 존재의 본질 깨친 위대한 자비심 느껴보자

지난주에 남해 보리암을 다녀왔다. 남해 금산의 남쪽 정상 부근에 위치한 보리암은 서기 680년경, 원효대사가 초당을 짓고 수도를 했다는 곳이다.
남쪽 바다를 향해 서 계신 관세음보살상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관세음보살상을 뒤로 해서 금산의 바위가 절경을 이룬다.
마침 일요일 법회가 진행 중이었다. 스님은 기도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도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념’이라고 강조했다. 기도를 하면서, 마음은 천 리 만 길을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
아마 기도를 하면서 자식 걱정, 집 걱정, 심지어 미운 사람을 저주하는 마음 등 제어할 수 없는 수많은 마음을 표현한 말이리라. 이러한 마음을 가다듬고 일념으로 할 때, 관세음보살의 가피력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짧은 법회지만, 매우 인상에 남는 법회였다.
어떤 역사서에서는 관세음보살의 수행기가 등장한다. 바다의 소리를 관하면서, 소리를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수행을 통해서 부처의 길을 완성한 분이라고 한다. 스스로 실험을 해보자. ‘관세음’이라고 스스로 불러본다. ‘관’이라고 하면, 그 다음 ‘세음’을 연상하는 작용을 일으킨다. 이러한 인간의 일반적인 감각기관의 연상 작용은 아마 경험(혹은 업)에서 생기는 일반적인 작용이다. 그러나 관, 세, 음을 하나하나 듣고 있는 나를 계속 주시하는 수행을 함으로써, 관, 세, 음 하나 하나의 음을 분리해서 들을 수 있게 된다. ‘관’이라는 음을 들으면서, 세, 음을 연상하게 하는 주체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방법이다. 마치 파도가 들어올 때의 소리와 나갈 때 소리,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을 하나하나 주시하면서, 그 주시하는 ‘자’를 관찰하는 방법을 통해서 그렇게도 우리가 매달리는 에고(혹은 아상)의 실체가 없음을 증명한 관세음보살의 수행을 이해할 수 있다.
청각 신경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신호로부터 뇌가 인식하고 이를 정보로 저장하는 시스템은 참으로 복잡하고 신기하다. 그러나 이러한 신경구조의 모습 또한 생존을 위한 외부세계를 인식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박쥐는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짧은 파장을 가진 소리를 듣는다. 박쥐는 인간과 다르게 세계를 인식하는 다른 방법으로 다른 모습을 그려낼 것이다. 과학은 우리가 인식하는 방법이 여러 방법 중의 한 가지 방법일 뿐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반야심경에 ‘관자재보살이 이 세상 모든 사물의 모습이 ’공‘이라는 것을 알고 괴로움의 바다를 건넜다’라고 한다. 놀랍게도 부처님은 수천 년 전에 존재의 본질이 ‘공’이라고 하고 이를 체득한 사람만이 ‘잘못된 꿈’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관세음보살과 같이 ‘가짜 나’에서 해방된 사람만이 보이는 자비의 모습을 보여준 분이 있을까. 아름다운 봄, 산사에서 만나게 되는 관세음보살상을 보면서, 우리에게 실증적으로 보여 주었던 위대한 자비의 마음을 느끼도록 하자.
200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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