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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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아난존자와 결혼하는 법(1)/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아난존자에게 한눈에 반한 마등의 딸
막무가내로 유혹…해결에 나선 부처님은?

부처님의 제자에 관한 이야기를 읽자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제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화들을 통해 우리에게 크고 작은 가르침을 주시는데 ‘사람’이 관련되어서 그런지 뭉텅뭉텅 몰려오는 감동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마등이라고 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이 여자는 이런 저런 기술로 생계를 유지하고 살아가는데 그 기술이란 게 사람들을 홀리거나 액난을 물리치는 주문을 외거나 굿과 같은 일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 마등에게 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마등의 딸이 우물가에서 물을 긷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탁발에서 돌아오는 길인지 아난존자가 그 우물가를 지나치다가 그 처녀에게 물 한 잔을 청하였습니다.
경전을 통해 아난존자의 면모를 추리해보면 대체로 매우 온화한 성품을 지녔고 정이 많고 눈물도 많습니다. 게다가 부처님의 사촌동생이니 출가하기 전에 왕가에서 익힌 그 귀족적인 풍모와 행동거지는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무심코 한 바가지의 물을 떠서 건네주려고 아난존자를 향해 몸을 돌리던 마등의 딸은 제 눈을 의심하였습니다. 젊은 수행자가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데 그 동작하며, 음성, 눈길이 이 세상사람같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마등의 딸은 그만 마음을 홀랑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아난존자의 뒤를 밟아 그 처소를 확인하고 부처님의 제자임을 알아낸 뒤에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였습니다. 바람결이 살랑 뺨에 닿아도 주르르 눈물을 흘렸고, 문이 덜컥 거려도 깜짝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딸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그 이유를 알고서 기가 막혔습니다.
“부처님의 제자를 사랑한단 말이지? 아이고, 이것아. 네가 지금 제정신이냐? 그 분은 왕자님이셨다가 그 부귀영화도 싫다 하여 머리 깎고 출가하신 분이야. 그러지 말고 정신 좀 차려라. 내가 아주 근사한 청년을 알아보마.”
하지만 딸은 눈물을 흘리며 무조건 아난존자가 아니면 안 된다고 떼를 썼습니다. 어머니는 딸을 위해 아난존자를 만나러가기까지 하였습니다만 자신은 출가하여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고 부처님의 제자이므로 여인과의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대답만 얻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딸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제발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어머니. 그 분이 스님이라서 안 된다면 어머니에게 좋은 기술이 있잖아요. 남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모든 술법을 다 써서라도 제 앞에 그 분을 데려다 주세요.”
사랑에 눈이 먼 마등의 딸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처지인지는 전혀 안중에 없었습니다.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아도 아난존자의 그 모습이 어른거리니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딸을 살리고 봐야겠기에 마등은 탁발하러 나선 아난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 뒤에 제 집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딸의 방에 밀어 넣고는 밖에서 문을 잠갔습니다.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옷을 꺼내 입고 곱게 단장을 하고 기다리던 그녀는 아난존자에게 온몸을 던졌습니다.
‘시간아, 어서어서 지나라. 이 밤만 지나면 이 분은 내 남편이 될 것이야.’
그녀는 아난존자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그를 껴안고 속삭였습니다. 그토록 그리던 아난존자의 눈, 코, 입과 귀를 쓰다듬고 그의 팔을 어루만졌습니다.
아난존자는 자기가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습니다. 젊은 여자는 자기를 사랑한다고 이리도 애절하게 매달리지만 이미 출가의 길을 선택한 구도자인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기에 오히려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부처님을 간절하게 외쳤습니다. 경전에서는 그의 외침을 듣고 부처님이 어떤 기적을 부려서 그를 마등의 집에서 빠져나오게 하였다고 합니다.
아난존자를 유혹하려다 실패로 끝난 마등의 딸은 그를 향한 사랑을 달랠 길이 없어 아침마다 탁발을 하러 나가는 아난존자의 뒤를 밟았습니다. 몹시 부끄러움을 타는 아난존자는 결국 탁발을 하러 나가지 못하였고 절 문밖에서 이제나 저제나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마등의 딸은 슬피 울며 돌아갔습니다.
부처님이 해결사로 나셔야 할 차례가 왔습니다. 마등의 딸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난이 그리 좋으냐?”
“네, 부처님.”
“그럼 내가 두 사람을 맺어주겠다.” (불설마등녀해형중육사경).(계속)
200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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