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서울에 올라와 생활한지도 어느덧 7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일하게 된 곳은 수유리였습니다. 제가 사는 군포에서 수유리까지 출퇴근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해 몸도 힘들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담임강사의 입장에서 무척 속상한 일도 많았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매로 다스려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그날도 말 안 듣는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을 ‘사랑의 매’란 이름으로 한 차례 때렸습니다. 제가 담임을 맡은 반의 40명이 좀 넘는 아이들은 제가 매 드는 것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저에게 맞은 뒤에 오히려 절 위로할 줄 아는 그런 멋진 아이들이었습니다. 매를 든 저의 손에 단주가 있는 걸 보고 한 아이가 “수유리에 있는 멋진 절에 가보자”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 학생의 안내로 찾아간 곳이 바로 도선사입니다. 저를 도선사로 안내한 그 아이는 우리 반에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 중 한 명이었는데, 미륵부처님 앞에서 저와 촛불공양을 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부처님께 열심히 기도하면 대학갈 수 있대요. 우리 엄마는 매일 저를 위해 기도해요. 저도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날 도선사 곳곳을 둘러보며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도선사 식당에서 공양을 했는데, 그때 나온 음식이 된장국과 밥 그리고 묵은 동치미 무를 채 썬 반찬이었습니다. 오래된 동치미 무와 심심하게 끓인 된장국이 어찌 그리 맛있던지….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전 아이들이 보고 싶어질 때마다 도선사를 찾아가곤 합니다. 그때 그 아이가 없었으면 제 나쁜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그 아이는 부처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동자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만드는법
<무채 된장국밥> 재료: 밥 1공기, 묵은 동치미 무 1/4쪽, 새송이버섯 2개, 청ㆍ홍고추, 죽염, 된장 1큰술, 표고버섯가루, 산초가루, 채수 2컵
① 채수에 된장을 풀고 표고버섯가루를 넣어 끓여준다. ② 동치미 무는 흐르는 물에 세척해 채 썬다. ③ 새송이버섯은 무 굵기로 채 썬다. ④ 된장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무채를 넣고 한 번 더 끓인 후 새송이를 넣어 끓여준다. ⑤ 불을 끄기 전에 산초가루를 넣어주고 기호에 따라 죽염으로 간을 한다. ⑥ 그릇에 밥을 담고 된장국을 퍼주어 국밥을 완성하고 청ㆍ홍고추를 썰어 고명으로 올린다.
<상추 겉절이> 재료: 상추 5장, 청ㆍ홍고추 각각 1개씩, 감자 1/2개, 고춧가루, 양념장(간장 1큰술, 통깨, 황설탕, 다진 대파 흰부분 약간, 참기름)
① 상추는 한 입 크기로 잘라 물에 담가둔다. ② 청ㆍ홍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제거한 후 아주 곱게 채를 썰어 물에 담가둔다. ③ 감자는 아주 가늘게 채 썰어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궈 전분기를 뺀 후 물에 담가둔다. ④ 분량의 재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⑤ 상추, 청ㆍ홍고추, 감자채의 물기를 완전히 뺀 후 양념장에 버무려 준다.(이때 감자와 청ㆍ홍고추를 먼저 버무리고 나중에 상추를 살짝 버무려 준다.)
▶다음 주에는 양배추사과샐러드와 양배추피클을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