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재산증식 위해 재투자할 것 강조
경제활동 활발할 때 모든 사람들도 행복
신앙심 측정 도구로 보시 강요해선 안돼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로 코 앞에 지방 선거가 놓여있고, 대통령선거도 이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벌어질 일이다.
대통령 선거가 비록 내년 12월에 치러진다 하더라도 각 당에서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물밑 장정에 이미 돌입했다는 면에서 선거의 계절이라는 말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난 번 대통령 선거 때의 일이 떠오른다. 모 방송사에서 대선 후보자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후보자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떤 질문자가 재력이 있는 후보에게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앞뒤 정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 질문자는 “당신이 나라를 위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대통령까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 정도는 기꺼이 사회에 환원 또는 기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당신은 위선자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이 질문에 그 후보자는 뚜렷한 입장을 피력하지 않는채 즉답을 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불교에서 보시는 매우 중요한 행위이다. 보살이 닦아야 할 육바라밀의 첫 번째도 보시바라밀이다.
보시는 자신이 가진 것이 많아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진 것이 적더라도 타인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보시다.
하물며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보시를 적극적으로 해야만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 모든 불자들은 자신의 전 재산을 보시해야 하는 것인가?
<아함경>에 재가불자의 합리적 재산 운용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이 있다. 경전에서 부처님은 재산의 1/4을 생계비로 사용하고, 1/4은 농사에 투입하며, 1/4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 나머지 1/4은 경작자나 상인에게 빌려주어 이자를 받도록 하라고 설하고 계신다. 재산의 일부를 농사에 투입하거나 타인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도록 하라는 것은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재산을 증식시키기 위하여 재투자를 하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처님 말씀 가운데 어느 부분이 보시와 관련된 부분일까. 부처님은 있는 재산을 모두 보시에 내놓으라고 말씀하시기는커녕 보시를 하라는 말씀조차도 없지 않은가.
그것은 아마도 부처님께서는 설하신 대로 경제적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 대한 최선의 보시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일 것이라고 필자는 해석한다.
경제는 순환 고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부처님이 설하신 대로 개인들이 열심히 경제활동을 영위할 때 모든 사람들이 보다 경제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매일 한 개씩 알을 낳는 거위는 3년이면 천여 개의 알을 낳는다.
배를 가르면 기껏 미성숙된 알 한 개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부를 증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은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다 많이 보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뚜렷한 명분과 이유없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려하고 있다. 재산을 부둥켜안고 사리사욕만을 채우려는 것이 아닌 한 우리는 개인의 재산 처분과 그 사람의 도덕성을 일차원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신앙심과 충성심 또는 도덕성을 측정하는 도구로 개인의 재산 처분과 보시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다가올 선거에서는 포퓰리즘적 의도와 시각으로 후보자들의 재산을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