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적, 절에서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형제들 중 유달리 몸이 약했기에 어머니는 좋은 공기를 마시며 편히 쉬라며 저를 자주 다니시던 절에 며칠 묵게 하신 것입니다.
몹시도 빼빼마르고 입맛도 까다로운 조그만 어린 아이 한 명 때문에 공양시간만 되면 노스님이 꽤나 속을 태우셨습니다. 나물은 맛없다고 먹지도 않고 계란이나 소시지만 찾는 저에게 밥 한 공기 먹이려고 노력하셨던 노스님의 얼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하루는 제가 된장국에 들어간 냉이의 냄새가 싫다고 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노스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놈아! 봄에 나오는 쓴 나물을 못 먹으며 여름에도 감기 걸리고, 겨울에도 감기 걸려서 밖에 나가서 못 논다. 부처님께서 제철에 나오는 나물들의 맛을 다 다르게 만드신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도 몰랐던 이 말을, 사찰음식을 공부하게 되면서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봄에 나오는 나물들이 쓴 이유는, 새 생명이 시작하는 봄에 가지고 있는 영양성분이 여름과 가을을 버티게 해주며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너무나 미흡한 제가 음식 한 가지, 식재료 한 가지로도 큰 지혜를 깨닫고 있는 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제게 사찰음식을 만날 수 있는 인연을 지어주신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이치를 깨달은 전 봄에는 나물들을 살짝 데쳐 볕 좋은 날 햇볕 아래 말린 뒤 가루를 내어 요리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루를 내기 힘든 나물은 한번 데친 후 물기를 꼭 짠 뒤 한 번 먹을 분량을 비닐 팩과 신문지에 번갈아 포장한 뒤 냉동 보관합니다. 그러면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나물의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면 냉이 된장국을 가을에도 먹을 수 있고, 달래 간장을 여름에도 먹을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내 몸만 조금 움직이면 건강한 먹을거리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맛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절 너무 행복하게 합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제철에 먹는 신산한 맛과 영양은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향긋한 봄 내음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만드는법
<새송이 샐러드> 재료: 새송이 4개, 미니 파프리카 2개, 쌈 야채 약간
① 새송이은 약간 도톰하게 모양대로 잘라준다.
② 미니 파프리카는 원형으로 잘라준다.
③ 쌈 야채는 손으로 잘라 물에 담가둔다.
④ 새송이는 그릴이 있으면 그릴에, 없으면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구워낸다.
⑤ 접시에 구워낸 새송이와 쌈 야채를 담은 후 파프리카로 장식한다.
<냉이 소스> 재료: 냉이 1줌, 양념장(간장 1큰술, 참기름, 다진 청ㆍ홍고추 약간, 식초 1작은술)
① 냉이는 흐르는 물에 씻어 흙을 완전히 제거한 뒤 송송 썰어준다.
② 나머지 양념으로 양념을 만든 뒤 냉이와 섞어준다
※맛내기 포인트: 먹기 직전 새송이샐러드에 냉이 소스를 끼얹어 낸다. 냉이 소스는 꼭 새송이샐러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두부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다음 주에는 무채된장국밥과 상추겉절이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