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할 때, 잘 아는 스님 절에서 며칠 묵은 적이 있었지요. 따뜻한 방구들이 어찌나 좋았던지, 꼼지락하기도 싫었지요. 그런데 수시로 목탁 소리가 절집을 울렸어요. 대중들이 모두 모여 공동 작업을 하는 거였죠. 인상을 찡그리고 문을 나와 물었어요. ‘무엇을 하느냐’고. 그랬더니 그것을 ‘울력’이라 하더군요. 울력이라?
울력은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일을 하거나 또는 어떤 일을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운력(運力)’이라고도 하는데 운력이 음 변화를 일으켜 울력이 됐지요. 대개 하절기에는 텃밭을 가꾸거나 절집 안팎을 말끔히 청소하고, 동절기에는 김장 등 겨울나기 준비를 하거나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지요.
울력의 원칙은 간단합니다. 절집의 일손과 할 일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대중 모두가 참여해야 합니다. 스님이든 신도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동참해야 하는 거죠. 몸이 아프거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빠질 수 없지요. 그럼 울력을 왜 할까요? 울력은 협동정신의 모델입니다. 특히 홀로 수행해 깨달으려는 독각(獨覺)을 경계하려는 의미가 큽니다. 김철우 기자 in-ga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