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인가 머리를 식히러 무작정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간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맘때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제주도는 무척이나 따뜻하고 바람 역시 시원했고 상쾌했습니다. 어쩌면 제주도에 학창시절 친구가 있어 숙식이 해결 가능했기에 주저 없이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친구는 처음 제주도를 찾은 벗을 위해 무척이나 자상하게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친구가 처음으로 안내한 곳은 이름 모를 조그만 야산에 위치한 돌로 지은 예쁜 식당이었습니다.
따뜻한 녹차가 있고, 제주도의 특색 있는 나물을 반찬으로 한 한정식이 주메뉴였습니다. 그곳의 주인은 제 친구와 같은 절에 다니는 불자셨는데, 스님들께 배운 음식을 손님들께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음식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백년초 효소차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백년초라면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너무나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그 오묘한 자주빛깔의 백년초 물로 전도 만들고, 차도 만들고, 김치도 담는 모습을 보고 전 제주도를 방문한 것이 후회 없는 여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 후로 오늘날까지도 전 백년초 효소를 자주 담아 요리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유명 연예인이 목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백년초 사이다를 마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자연의 열매에 담긴 약리 작용까지 알고 사용하는 산사의 지혜에 또 한 번 감탄했습니다. 이런 자연의 신비를 알아가는 것이 사찰요리를 공부하고 연구하는데 큰 행복을 느끼게 만듭니다.
특히 저에게 딱 한 명 있는 조카가 기침을 하면 대추와 도라지를 삶은 물을 먹이고, 변비에 걸리면 아침에 일어나 사과를 갈아서 찹쌀 죽을 쑤어서 섞어서 먹이는 등 음식 속에 숨겨진 비밀들을 한 가지 한 가지 펼쳐 보일 때마다 “이것이 바로 자연 속에 숨겨진 보물이구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만드는법
<도라지 즉석 김치> 재료: 도라지 1줌, 백년초 효소 4큰술, 양념장(꿀, 생강즙, 다진 대파 흰 부분 1/2작은술, 죽염, 통깨)
① 도라지는 죽염 물에 살짝 담가 절인다. ② 절여진 도라지에 백년초 효소를 넣어 물을 들인다. ③ 분량의 재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④ 양념장에 물들인 도라지를 무친다.
<씀바귀 김치> 재료: 씀바귀 1줌, 검정깨, 죽염, 양념장(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약간, 감식초 1큰술, 꿀 1 작은술, 황설탕 1작은술)
① 씀바귀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궈 죽염에 절인다. ② 분량의 재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③ 절여진 씀바귀를 흐르는 물에 헹궈낸 다음 물기를 완전히 뺀다. ④ 양념장으로 씀바귀를 버무린다. ⑤검정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맛내기 포인트: 효소는 발효정도에 따라 쌉쌀한 맛이 날수도 있고 약간 신맛이 강하게 날수도 있으므로 기호에 따라 설탕을 조금 넣어도 된다. 도라지 김치는 먹기 직전에 버무려야 도라지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다음 주에는 새송이버섯 봄나물 샐러드를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