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말부터 꺼낼까요? 초기불교 교단시절에 계율로 제정된 ‘괴색법(壞色法)’ 전통 때문입니다. ‘괴색’은 말 그대로 검은 색에 가까운 짙은 ‘땅 색’입니다. 비구 스님들의 계율을 적은 <사분율>에서는 “비구가 새 옷을 얻으면, 청ㆍ황ㆍ적ㆍ백ㆍ흑 등 5가지 원색을 피해 청색과 흑색을 섞어 염색해 입어야 한다”고 적혀있지요. 서로 다른 원색으로 인한 승단내 위화감을 경계하기 위해서였지요. 푸른색과 검은 색을 혼합하면, 짙은 땅 색이 되잖아요.
예전에 우리나라 스님들은 이런 색을 만들어 입기 힘들어, 아예 숯을 갈아 물들여 회색 옷을 입었습니다. 사실 괴색을 위한 염색재료인 먹이나 숯을 주변에서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회색에 담긴 뜻도 알아봐야겠지요? 회색은 보통 색채학에서 우울이나 무기력을 상징하는 색깔입니다. 하지만 승복에서 회색의 의미는 다릅니다. ‘겸손’과 ‘점잖음’을 상징하거든요. 또 회색은 중성색으로 어떤 색에도 영향을 주지 않고, 그 색이 갖고 있는 감정을 그대로 나타내주는 배경색이 됩니다. 원색의 화려함을 피하면서 차분하고 겸손한 수행자의 품위를 그대로 읽을 수 있지요. 김철우 기자 in-ga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