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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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말레이시아 불교/자유기고가
담마난다 스님이 이끄는 불교홍법회
복지·화합·인터넷 포교 모범으로 우뚝

한국의 불교계 언론에 소개되는 해외의 불교 소식은 대부분 한 인터넷 사이트(www.buddhistchannel.tv)를 통해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한국 불교도들의 시야를 넓히는데 이 사이트가 크게 기여하는 셈이다. 놀랍게도, ‘전 세계 불교 소식을 다루는 매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 사이트를 설립·운영해온 주체는 흔히 ‘이슬람 국가’로 알려진 말레이시아의 불교단체 ‘불교홍법회(佛敎弘法會 The Buddhist Missionary Society)’이다.
‘불교홍법회’는 다민족·다종교·다중언어 사용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영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립된 ‘대불사(大佛寺 Buddhist Maha Vihara)’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인근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까지 부처님 가르침을 전파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불교 홍법회 본부가 있는 대불사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불교홍법회와 대불사를 50년 넘게 이끌고 있는 담마난다(K. Sri Dhammananda) 스님의 책 두 권을 우리말로 번역 · 출판한 인연이 있어 2002년 8월에도 개인적으로 이곳을 방문하여 담마난다 스님을 만나 활동 상황을 어렴풋이 느낀 적이 있었지만, 지난 3월 4일에 다시 방문하여 좀 더 상세하게 확인하였다.
“부처님 제자로서 각자 수행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우리의 일입니다. 그 밖에 우리는 말레이시아의 전 대학교에 불교학생회를 조직하여 후원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매년 무슬림·불교도·개신교·가톨릭·시크교도 청소년 수천 명이 참석하는 종교간 대화와 화합을 위한 캠프를 개최하며, 미혼모와 사회 부적응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인신매매로 끌려와 핍박을 받거나 버려진 인근 국가 출신 여성들을 위한 보호시설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런 활동에는 정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이슬람과 가톨릭 신자들도 매우 큰 후원을 해줍니다. 그래서 이제는 전체 말레이시아 인구 중 불교도의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정부의 장차관에도 불자 여러 명이 진출하는 등 영향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담마난다 스님의 상좌로, 연로한 은사스님을 대신해 실제적으로 거의 모든 활동을 지휘하는 담마라타나(Dhammaratana) 스님의 얘기다.
20여 년 전 그곳에 머물던 시절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불교가 약진하고 있다’는 느낌은 쉽게 받게 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最高)의 빌딩’으로 알려졌던 쌍둥이 건물 KLCC 4층에 있는 대형 서점 종교 코너에서도 불교 서적 수백 종을 찾을 수 있다.
주로 티베트 불교 관련 서적이 많지만, 미국과 영국 등에서 출판된 책들도 적지 않다. 시내 중심가의 대형 서점에 이처럼 불교 서적이 많아진 것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로, 이 자체가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수요 증가’와 ‘말레이시아 불교계의 발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힘사(Ahimsa 비폭력)’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식당에 우연히 들렀는데, 지배인의 명함 뒷면에는 “당신의 몸을 돌보고, 가족을 사랑하며, 동물 살생에 반대하고, 우리의 지구를 보호하자!”는 구호가 인쇄되어 있어 식당 주인이라기보다는 시민 단체 활동가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사찰인 대불사에서 말레이시아를 넘어 동남아 여러 나라에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전파하고, 인터넷 상에서 세계 불교계를 하나로 엮어내는 큰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회가 서린다.
한국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조흥은행을 신생 신한은행이 흡수 합병하는 데서 보듯, 역사가 길고 규모가 크다고 해서 꼭 활발한 활동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역사와 전통’만 자랑하며 ‘우물 안 개구리’로 머물면 미래가 없다.
200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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