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절개 않고도 구조와 활동 알 수 있어
내면의 소리 영상화할 날도 오지 않을까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까지 염두에 둔 ‘웰빙’이 중요한 코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은 뇌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뇌, 마지막 남은 미지의 영역이라고 생각되었던 인체의 부분이 건강의 영역으로 집중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정보를 감각기관으로부터 받아들여서 기억하기도 하고, 호르몬을 만들어 장기의 각 부분이 동작을 하도록 하기도 하고, 무의식의 상태에서 숨도 쉴 수 있게 하는 뇌는 이제 더 이상 의사나 과학자의 영역이 아닌 일반인의 관심의 영역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뇌의 의식이 갖는 심층적 구조에 대해서 탐구한 종교라면 단연 불교를 꼽을 수 있다. 안·이·비·설·신·의로 대변되는 감각기관으로부터, 이 감각을 나라는 의식으로 발전시키는 의식(말라야식), 그리고 이보다 더 심층적인 구조인 아뢰야식까지 의식의 구조를 계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뇌의 구조나 활동을 눈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고 나서 뇌과학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뇌는 신체의 가장 많은 피가 돌아가고 있고(인체의 20% 이상의 산소를 사용하기 위해서 피가 필요하다), 신경 세포 다발로 되어 있어서 함부로 열어보거나, 쉽게 손을 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수술을 통해 절개하지 않고 쉽게 구조나 활동을 보는 방법으로 자기공명 영상장치를 들 수 있다.
뇌에 고장이 난 환자가 드럼통과 같은 장치 안으로 들어가면 자기장이 뇌를 스캔하게 된다. 지구의 자기장에 의해서 나침반(N과 S극)이 남과 북을 가리키는 것과 같은 원리로, 장치에 쪼여준 자기장에 의해 우리 몸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물의 수소 핵이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수소의 핵은 자체가 자전(스핀이라고 한다)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 자전에 의해서 N극과 S극을 가지고 있다. 공명장치에서 쪼여준 자기장에 의해서 정렬된 핵의 자전이 외부자기장의 없어짐에 따라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신호를 내게 되는데, 이 신호를 받아서 컴퓨터로 처리해서 원하는 인체의 부분을 탐지하는 것이 자기공명 영상장치의 원리이다.
뇌의 부분마다 물의 밀도가 다를 것이므로, 다른 크기의 신호로부터 각 부분을 구분할 수 있고, 또한 약물에 의한 변화, 심지어는 참선 등의 명상 효과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연구는 명상이 뇌의 긍정적 사고를 하는 부분을 활성화하며, 이 활성화에 의해서 사람의 감정, 지능, 심지어는 면역체계를 관장하는 뇌의 부분이 건강해 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예전에는 불치의 병, 아니 악마의 저주로 여겨졌던 정신병을 비롯한 뇌질환의 이유와 치료법 또한 드러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종교적인 부분, 즉 종교적인 활동에서 느끼는 내면의 소리들을 영상화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리 정신의 변화를 영상화한다고 하더라도, 영상으로 보고 있는 것은 결국은 그림자일지 모른다.
이러한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나’는 역시 형상화시킬 수 없다는 <신심명>의 한 구절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