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탑에 웬 십자형 문양인가. 불탑과 십자가는 촌수가 맞지 않아도 한참 거리가 먼 관계이다. 전국 도처에 산재돼 있는 문화재들, 정부는 그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철책과 같은 보호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관심 있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예컨대 안동 신세동7층전탑을 가 보라. 많지도 않은 우리의 전탑 가운데 하나인 그 탑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장치의 문양은 바로 십자형이 아닌가.
문화재 보호정책은 한시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민족 유산이자 인류 유산인 문화재는 한 점의 훼손 없이 후세로 물려주어야 한다. 문화재 보호의 제일 원칙은 조성 당시의 목적대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불상이 사찰을 떠나 박물관의 진열장 안에서 전시품으로 성격 전환된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문화재는 그 자신만이 아닌 놓여져 있는 환경과 더불어 공존하면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보호각이나 보호대 때문에 시각현실을 변형시키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
보호장치는 차선책이다. 그렇다면 규모의 최소화로 최대의 효과를 노려야 할 것이다. 문화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할 때 보호장치 때문에 사진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은 필요 이상으로 크거나, 문화재와 너무 가까이 서 있거나, 위압적으로 장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을 가리고 있어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수 없다면, 이는 문화재 사랑하기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어차피 있어야 할 문화재 보호장치라면 보다 체계적이고도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절실하다. 문화재 보존의 주무 부처인 문화재청에 보호장치와 연관되어 특정 규정이나 예산 혹은 담당자 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무부처에서조차 보호장치는 지엽적인 문제라고 소홀히 하다 보니 불탑에 십자가 모양의 철책이 범람하는 것이다. 성보문화재의 보호 장치를 시공할 때는 불교계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문화재의 안내판을 보다 현대감각에 맞게 고치려 하고 있지 않은가. 문화재 해설의 내용도 문제점이 많다고 늘 지적 받는 사항의 하나로 되었었는데, 차제에 보호장치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하나의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