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 들어 아는 것이 없고 바른 법을 알지 못하며
이 세상에 태어나 얼마 살지도 못하면서 하필 나쁜 일만 골라서 하는가. <법구경>
정치권이 시끄럽다.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으로 떠들썩하더니 이제는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파동으로 소란스럽다. 철도파업 첫날인 3월 1일, 지방까지 내려가 골프를 즐긴 것이 화근이다.
이 총리의 골프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9월 군부대 오발사고 때 희생자 조문 직전에 골프 모임을 가져 논란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2005년 4월 강원도 대형산불과 7월 남부지역 집중호우 때도 그는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국가 중대사가 발발할 때마다 그는 골프장에 있었고, 국정을 총괄해야 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이쯤이면 도가 지나치다.
두 사건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더욱 국민들이 분개하는 까닭은 이들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하는 행태다. 여당과 야당에게 진지한 자기반성은 찾아볼 수 없고, 다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격하고 방어하는 이전투구만 있을 뿐이다. 국민에 대한 존경심, 두려움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노자> ‘덕경’에는 도(道)가 사라지면, 덕(德)이 강조되고 덕마저 힘을 잃으면 인(仁)이, 인이 무력해지면 의(義)가, 다음에는 예(禮)가 등장한다는 통찰이 제시돼 있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상실한 ‘지도층’을 모시고 있는 우리 사회가 기대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지방선거가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정치인들에게 인과법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