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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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무위와 열역학/서울대 전기공학부
열에너지, 기계에너지로 100% 전환 불가능
의도적 행위가 행복 가져온다는 것도 허상

<금강경> 끝부분에는 ‘이 세상의 모든 유위법은 환포영과 같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여기서 유위법이란 ‘samsk
rtam’라는 산스크리트어의 번역어다. 이 말은 ‘의도적으로 모아진’이라는 의미다. 그 반대어인 ‘무위’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불교가 중국으로 전파되어 노장의 사상과 접합되어서 노장의 ‘무위’에 의해서 수용된 느낌이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이 ‘무위’의 개념이 자연, 즉 스스로 되어지는 것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칭송으로 이어진다.
상선이 약수, 즉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이 거스름이 없어야 한다는 말로 압축되는 인간의 의도적인 행위에 대해서 싫어한다. 이러한 사상과의 융합이 독특한 동양 불교의 산사 문화를 만들었지 모른다.
무위라는 말은 지난 300년 서양을 달구었던 물리의 가장 중요한 분야인 열역학을 떠올리게 한다. 열역학은 1800년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가장 잘 정립된 학문분야이면서, 동시에 20세기 인간 및 자연관에 영향을 끼친 학문 분야다.
열역학은, ‘우주 만물에서 에너지는 항상 보존되며, 항상 무질서한 방향으로 진행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당연한 원리로 들리는 이 열역학이야 말로 생물계와 우주계가 변화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법칙으로 생각된다.
약 300년 전 서양 사람들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산업혁명을 시작할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바로 열에너지와 기계에너지의 상호 변환이다. 증기기관은 열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변환하는 기관인데, 기계적인 에너지는 열에너지로 100% 변환 가능하나, 열에너지는 기계적인 에너지로 100% 변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의 고민이었다. 열에너지를 100% 기계에너지로 바꾸어 줄 수만 있다면 기차나 농기계를 더욱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열역학은 시작됐다.
열에너지의 원천이 밝혀진 것은 19세기 말 볼츠만이라는 과학자에 의해서다. 볼츠만은 열에너지를 ‘기체입자의 혼란스러운 움직임’으로 규정했다. 기체입자가 압력솥 벽을 두들겨 주면 압력이 높아지고, 우리 피부를 두들겨주면 뜨겁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
기체의 움직임이 이처럼 무질서한 것이다 보니 우리가 임의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일단 열에너지로 변환되고 나면 우리가 의도하는 대로 움직이는 기계에너지로의 100% 회수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의도적인’ 기계에너지는 열에너지로 전환되지만, ‘혼란스러운’ 열에너지는 기계에너지로 고스란히 전환되지 못하는 것이 우주의 실상이다.
이러한 우주의 활동의 원리가 바로 금강경에서 말하는 무위 아닐까. 의도적인 행위의 결과 나타나는 것만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 현대인들에게 열역학의 원리는 다시 한번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200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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