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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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행복해지기 위해 일한다/구병진(경영학 박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는 자신이 하고 있는 것만큼 보답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회사에서 이만큼 일을 하고 있는데 연봉이 이것 밖에 되지 않는다느니, 혹은 내가 친구에게 이만큼이나 했는데 돌아오는 것이 없다느니, 하는 등등의 수많은 불평 불만을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들으면서 지낸다. 저녁에 한잔 술을 걸치게 되면 빠지지 않는 안주가 바로 이러한 불평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이란 바로 교환을 전제로 한 행위라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이기 때문에 그 대가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교환을 전제로 한 경제 행위가 우리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까. 주고받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거래 상대방은 서로 만족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공평하다는 것이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어서 실제 거래, 또는 교환 행위에 있어서 당사자들이 똑같이 공평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엇을 바라고 일하는 교환의 개념으로 경제 행위를 하는 한 우리는 함께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강경>에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는 말씀이 있다. 보시할 때는 내가 보시한다는 생각조차 내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떤 대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시를 하지 말라는 말씀이리라. 보다 적극적인 현대적 의미로는 진정으로 남을 위한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그 대가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 또는 벗과 친척,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서 일한다면 그들이 대가로 주는 칭찬과 물질적인 보답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한다는 것은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보시행위이며 보살행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일의 본질이 보살행의 실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대가에 연연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무소유의 정신이란 문자 그대로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정신을 의미한다. 이러한 무소유의 정신을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하자면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대가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결국 무주상보시와 무소유의 가르침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소유에 집착하는 한 반대급부로 보다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고 탐욕은 그 속성상 만족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일에 대한 대가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가를 바라고 일을 하는 한 만족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인간인 것이다.
단지 돈을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일을 통해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일이 즐겁지 않으랴. 그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고 보답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은 일에 대한 대가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가만을 바라고 일하는 사람들은 필히 그 일로부터 소외되기 마련이다. 일의 결과로 얻게 되는 반대급부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일은 그것 자체로서 인생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일로부터 소외된 삶은 공허하고 의미 없는 것이 된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지, 돈으로 행복을 사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경제활동의 결과 얻게 되는 이익은 고객 및 소비자들에게 겸허하게 봉사한 결과로 얻게 되는 보너스라는 경영학 이론이 있다. 일을 한다는 것은 나로 말미암아 행복해질 그 누군가를 위해 보살행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대가의 굴레에서 벗어나 우리는 비로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200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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