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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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미녀들이 기다리는 천국/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존경하는 이들의 비웃음에 성자가 된 난타와 무슬림들의 폭력 부른 풍자만화의 차이점은?

덴마크의 한 일간지가 지난 해 9월30일부터 ‘무하마드’라는 제목으로 12컷의 풍자만화(카툰)를 옴니버스식으로 게재하였습니다. 만화가들이 자신의 눈으로 보고 느낀 무하마드(마호메드)를 한 컷의 만화로 그려낸 것입니다. 이 카툰 중에는 구름 위에 서 있는 무하마드가 자살폭탄 테러로 숨져 하늘로 온 지하드 용사들에게 두 팔을 저으며 “그만, 그만. 이제 처녀가 다 떨어졌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모습도 있다고 합니다(주간조선 1892호).
당연히 무슬림들의 반발을 샀고 ‘표현의 자유’를 이해 못하는 ‘무지하고 완고한 무슬림’들에게 유럽의 언론들은 연쇄적이고 지속적으로 풍자만화를 실음으로써 그들의 자존심을 더욱 상처 내었습니다. 이슬람국가들에서는 해당 유럽국가의 공관에 물리적인 공격과 시위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고 국기를 불태우는 등의 심한 저항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천국의 미녀를 탐내어서 종교 행위에 열심인 광신도를 풍자한 내용을 보면서 부처님의 이복동생인 난타가 생각났습니다. 고향을 방문한 부처님에게 공양을 올리려다 부처님이 발우를 받아들지 않자 엉겁결에 절까지 따라왔고 그 날 강제로 출가를 ‘당했던’ 난타 말입니다.
부처님 눈치가 보여 수행의 흉내는 내고 있지만 그의 귓가에는 ‘내 화장이 마르기 전까지는 돌아오라’는 아내의 음성이 쟁쟁하였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아내의 모습이 어른거려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몰래 도망치려고도 하였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붙잡혀왔습니다.
그런 난타의 마음을 진작 알고 있던 부처님이 그의 손을 붙잡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하늘이라는 곳은 선업을 지은 이들이 그 과보로 올라가 더할 수 없는 쾌락과 행복을 누리며 살게 되는 공간입니다. 하늘로 올라간 난타는 자기 눈을 의심하였습니다. 그의 눈앞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녀들이 그가 수행을 하여 하루라도 빨리 하늘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는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천국의 미인들이라…. 그 아름다움의 극치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빼어난 하늘 여인들의 자태에 넋이 나간 난타에게 부처님이 물었습니다.
“지금 네 고향집에서 널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이 여인들을 비교해보렴. 네가 조금만 수행에 정진하면 이 천국의 여인들이 모두 네 품에 안길 텐데 그래도 수행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겠느냐?”
난타는 도리질하였습니다. 그리고 맹세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열심히 수행하겠습니다. 이런 달콤한 과보가 저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후 난타는 달라졌습니다. 열심히 참선도 하고 선업도 지었습니다. 밤낮없이 용맹정진하는 난타를 보고 도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난타를 좀 봐. 저 자는 하늘의 미인들을 차지하려고 수행하고 있어. 그는 절대로 참다운 수행자가 될 수 없어.”
온화한 성품의 아난조차도 이런 난타의 모습에 매우 신랄하게 비난하였습니다.
“난타의 행동은 마치 숫양이 싸우려고 앞으로 나섰다가 몇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잡보장경 8권)
도반들의 수군거림과 존경하는 이들의 차디찬 응대는 난타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고요히 나무 아래에 앉아 진정한 수행에 들어섰습니다. 고향의 아내를 그리워하던 자신의 마음도 냉정하게 돌이켜 보았습니다.
‘나는 진정 그녀의 무엇을 그리도 그리워하였는가.’
그는 마음속에서 탐욕을 덜어냈습니다. 분노를 덜어내고 마침내 어리석음의 더께마저 깨끗하게 털어버렸습니다. 그는 성자가 되었습니다.
어느 종교든지 그 종교의 교리에 의거해 열심히 산 사람들에게는 천국의 행복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압니다. 그 천국의 행복이란 것이 결코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누리는 한없는 육체적 쾌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서구 일간지들은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무슬림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풍자만화를 실어 일부 과격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행위를 비웃었습니다. 자살폭탄테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그런 행위를 비난하려면 왜 그런 테러행위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반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똑같은 비웃음이 어떤 경우는 그를 성자로 완성시켰고 다른 경우는 더욱 거센 반발과 물리적인 폭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대체 어떤 차이가 바탕에 숨어 있을까요?
200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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