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깨달음의 길 알려주는 안내자일 뿐
그 길을 따라 걷느냐 안 걷느냐는 걷는이의 몫
지금 난 놀이동산에 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친구에게 물었더니 친구는 그곳까지 가는 길을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놀이동산에서 가장 재미난 놀이기구의 이름도 가르쳐 주었고 그 기구를 탈 때 어떤 방향을 바라봐야 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지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럼 이제 되었습니다. 직접 내 두 다리로 친구가 일러준 길을 따라 그 놀이동산에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무사히 잘 도착해서 가장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하루를 맘껏 즐기면 됩니다. 힘들었던 일들은 잠시 잊고 신나게 함성도 지르고 사진도 찍으면서 놀이동산이 내게 제공하는 그 한없는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하면 됩니다. 내가 친구에게 놀이동산 가는 길을 물어본 목적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나는 친구가 일러준 대로 놀이동산으로 향하다가 다른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속히 되돌아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거기서 다른 길로 접어들었고 곧이어 계속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나아갔습니다. 결국 나는 그날 놀이동산에 가기는커녕 온종일 길을 잃고 헤매고서 배곯고 피곤에 지쳐 간신히 집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나는 하루를 완전히 망쳤습니다. 하루를 망쳐 다음날에도 피로를 떨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며 친구를 원망해야 할까요? 그나마 단 하루의 놀이동산 나들이라면 괜찮습니다. 만약 이것이 인생 전체가 달린 일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산수목건련이라는 사람이 부처님에게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는 길이 무엇인지 묻자 부처님은 이렇게 일러주셨습니다.
“나의 가르침에는 순서가 있소. 어떤 사람이 막 내게 와서 가르침을 청하면 나는 가장 먼저 그에게 몸과 입과 뜻을 깨끗하게 하고 선업을 지으라고 가르치오. 그가 내 말대로 이 일을 하면 나는 이제 몸과 느낌과 마음과 법을 분명하고 올바르게 한 순간도 방심하지 말고 잘 관찰하라고 가르치오. 그런 뒤에 눈, 귀, 코, 혀, 몸과 의지를 지니고서 세상을 돌아볼 때 쉽게 현혹되지 말도록 가르치오. 그가 내 말대로 하여 쉽게 세상에 휩쓸리지 않게 되면 그제야 나는 수행자가 어떤 몸가짐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는지를 가르치오. 그리하여 수행자에게 행동에 결함이 없어지면 이제 나는 한적한 곳으로 그를 보내어 고요히 참선에 임하도록 가르치오.”
부처님의 대답을 들은 산수목건련이 다시 물었습니다.
“모든 제자들을 이렇게 가르치고 일러주면 그 사람들이 전부 다 깨달음의 저 언덕에 도달하게 됩니까?”
뜻밖에도 부처님은 그렇지 않다고 답하십니다.
“어떤 사람은 도달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소.”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대답을 하느냐는 비난조의 질문을 다시 던지자 부처님이 들려준 대답이 바로 앞의 놀이동산의 비유입니다.
“깨달음이 분명히 있고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 있소. 나는 길안내자가 되어 사람들을 위해 가르치고 일러주었지만 그곳에 가고 못 가고는 그 길을 가는 사람에게 달렸을 뿐이오.”<중아함 산수목건련경>
불교를 알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말은 인생을 깊이 짚어보고 고민해가며 살아보겠다는 말과도 통합니다.
부처님은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백날 들어봐야 뭐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이 없다.”
당연합니다. 불교는 들어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보는 가르침입니다. 업의 가르침은 선업을 지으라는 뜻입니다. 보시의 가르침은 가진 것을 지금 당장 흔쾌히 내놓으라는 말입니다. 참선의 가르침은 지금 급한 일 잠시 미루고 방 한 구석에라도 앉아보라는 말입니다. 색수상행식의 오온은 경전에 나오는 인쇄된 단어가 아니라 내 몸뚱이, 바로 내 자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건 그런 줄 아는데, 대체 부처님은 뭘 말했느냐?” “대체 불교가 뭐냐?”며 계속 궁금해 하기만 합니다. 놀이동산 가는 길을 물어놓고는 가는 길을 그리도 자세하게 일러주었건만 그대로 차분히 따라갈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묻기만 하는 사람 - 행복으로 가는 기차의 자리를 예약까지 해놓고는 올라타지 않고 그냥 떠나보내는 사람입니다. 다음 기차가 언제 올지는 기약하기가 어려운데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