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돌릴 겨를조차 없이 ‘바쁘다’ 외치는 당신
가장 시급한 일이 뭔지 깊이 생각해 보셨나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부처님이 종종 사람들에게 받은 질문입니다.
아마 제일 먼저 이런 질문을 받은 때는 보리수 아래에서 세상으로 걸어 나오던 그날일 것입니다. 우파가라는 남자가 길을 가다가 막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을 만났는데 너무나도 맑고 편안하고 담담한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합장을 하고 물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먹고 사느라 안달복달 애면글면 제 속을 태워서 표정이 일그러지고 어두운데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에게 좋은 말씀을 들어서 그리도 평화로워 보입니까?”
“나는 번뇌라고 하는 원수를 지혜의 칼로 항복시키고, 괴로움에 빠진 사람들을 구제하려는 붓다입니다.”
우파가는 ‘나는 붓다’라는 부처님의 대답에 이렇게 대꾸합니다.
“아, 그러세요? 그럼, 이만. 나는 지금 바쁜 일이 있어서….”(불소행찬)
만약 그가 바쁜 일 모두 접어두고 대체 뭘 깨달았기에 붓다라고 하는지를 자세하게 물었다면 그의 삶은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가장 ‘따끈따끈한’ 깨달음의 소식을 챙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파가보다 더 안타까운 사람도 있긴 합니다.
어떤 80세 노인이 있었습니다. 이 노인은 평생을 쓰고도 남을 큰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인색하고 완고하였습니다. 게다가 집을 증축하느라 여념이 없었지요. 평생의 역작이라도 만들어내려는 듯 노익장을 과시하며 어마어마한 대저택의 공사를 손수 지휘 감독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어느 날 가만히 살펴보시다 이 노인의 수명이 그날 하루뿐인 걸 알아차리셨습니다. 얼른 달려가셨지요.
“노인장, 얼마나 고생스럽습니까? 이 집은 누가 살려고 이렇게 화려하게 짓고 있습니까?”
노인은 자랑스럽게 대답하였습니다.
“앞 사랑채에는 손님을 대접하고 뒤채 별당에는 내가 살고 자식들이며 하인들도 방 하나씩 주어야 하고….”
“내가 오늘 생사에 관해서 아주 중요한 이야기 한 자락 들려드리고 싶은데 잠깐 일을 멈추고 여기 앉아 내 말을 좀 듣지 않겠습니까?”
“아이고, 내가 지금 바빠서…. 다음에 오시오.”
그런 노인에게 부처님은 생사에 관한 시를 읊었습니다만 노인은 성가시기만 해서 그저 “잘 알았으니 다음에 오시오.”라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까래가 떨어져 노인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법구비유경>
우파가와 노인, 이 두 사람은 똑같이 ‘바쁘다’고 말합니다. 진짜로 가장 바쁘고 급한 일이 대체 뭘까요? 그것부터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일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힘들다’, ‘괴롭다’라는 말은 무수하게 쏟아내는데 정작 왜 힘들고 괴로운지를 차분히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무엇인가를 이루어 그 힘들고 괴로운 순간을 모면해 볼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려는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무엇인가를 함으로써 자기는 지금 여기에 생존해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인시키려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자기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시키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왜 불안할까요? 왜 인간은 매순간순간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한 것일까요? 그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가 없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죽은 사람이 되어버릴까 두려워서 말입니다.
부처님은 ‘왜 인간은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는가’에서부터 사색을 시작하신 분입니다. 그 이유를 냉철하게 따져 들어갔더니 열두 번째 단계에서 ‘어리석음’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어리석음은 다른 것에 대한 어리석음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요, 그 어리석음이란 것은 바로 내 속에 들어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밝혀낸 분입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들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중생들 하나하나에게 들어 있음을 깨달은 분입니다. 그것을 알고 나서 그 열 두 단계의 이유들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려고 세상으로 걸음을 놓으신 분인데 우파가와 노인은 그걸 놓치고 만 것입니다. 행복의 땅으로 가는 기차를 말입니다. 어찌 애석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