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찰에서 처음 과일샐러드를 먹어본 것은 부처님오신날이었습니다. 많은 신도님들이 사찰을 찾는 날이기에 공양간은 분주할 수밖에 없었지만, 공양주 보살님들은 모든 일들을 착착 순서대로 진행하고 계셨습니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시키지도 않는데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내 일인 듯 법복을 걷어 올리고 일하시는 보살님들의 모습을 보니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연세 드신 노보살님 한 분이 열심히 두부를 갈고 계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궁금해 하는 절 보고 노보살님은 “주지스님께서 도반스님 절에서 배워 오신 마요네즈”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바로 ‘채식 마요네즈’인 것이었죠.
두부를 갈고 녹차기름으로 농도를 맞춘 마요네즈를 과일과 버무려 신도님들께 공양하시겠다는 노보살님.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끝난 후 주지스님께 녹차 한 잔을 청하며 마요네즈와 토마토케첩 만드는 법을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천연의 먹을거리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속에서 절을 찾는 신도님들께 색다른 먹을거리를 권하고 싶은 스님의 큰마음을 엿 볼 수가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은 절이지만, 늘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신도들에게 공양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바로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고 계신 자비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음식이 신체를 양육하는 근본이라고 합니다. 음식 속에 바로 진리가 있고 음식 속에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듯 비록 마요네즈와 토마토케첩처럼 흔한 음식이지만, 신도님들께 맛보이고자 만드는 법을 배워 오신 스님의 큰마음과 그것을 우리들을 위해 만든 노보살님의 수고에 그저 머리 숙여 감사할 뿐입니다.
■만드는 법
<사찰식 마요네즈> 재료: 부침용 두부 1/2모, 땅콩 2큰술, 호두 4개, 죽염 약간, 감식초 3큰술, 꿀 1큰술, 녹차기름 1컵
① 두부는 뜨거운 물에 더쳐낸 다음 작은 크기로 잘라준다 ② 땅콩과 호두는 껍질을 제거한다 ③ 믹서기에 모든 재료를 넣고 갈아준다
<사찰식 토마토케첩> 재료: 토마토 5개, 토마토 페이스트 1큰술, 감식초 2큰술, 표고버섯 달인 물 2큰술, 황설탕 1큰술
① 토마토는 윗부분에 열십자로 칼집을 낸 후 뜨거운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긴다.) ② 토마토 씨를 제거하고 잘게 자른 후 토마토 페이스트와 함께 끓여준다 ③ 한소끔 끓여준 후 거품을 제거하고 믹서에 갈아 체에 곱게 내린 후 감식초와 황설탕, 표고버섯 달인 물을 넣어 수분이 날아갈 때 까지 끓여준다
※ 맛내기 포인트 : 사찰식 마요네즈는 두부로 만들므로 2~3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하절기에는 그때그때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