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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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명과 인연의 고리/문윤정(수필가)
청혼하는 남자친구에게 결혼조건으로 ‘주방 없는 집’을 요구했다는 신문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주방이 없는 집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다. 가정과 가족 그리고 결혼에 대한 개념과 가치관이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독신자’가 증가하고, ‘무자녀’ 생활방식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이다.
2, 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결혼과 직장 중 하나를 포기해야 된다면 차라리 결혼을 포기하겠다는 응답이 30%를 훨씬 웃돌았다. 또 출산과 직장 중에서 출산을 포기하겠다는 대답도 30% 가까이 나왔다고 한다.
결혼이라는 것은 새로운 인연의 고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연의 고리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다른 어느 고리와도 연결될 수 있으며, 살아 있는 유기적 관계를 갖게 된다.
우리의 생명 속에는 앞서 간 수많은 조상들의 생명이 축적되어 있으며, 결혼을 통하여 앞으로도 무수한 생명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인류의 시작과 함께 이어 온 생명의 고리, 인연의 고리가 점점 설득력과 힘을 잃어가고 있다. 결혼을 하고, 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이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로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경제, 교육정책의 끊임없는 실패로 아이 낳기가 두려워졌다는 것 그리고 산모와 육아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기혼여성의 출산기피가 아니라, 미혼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시기가 늦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만 있다면 가사노동이 수반되는 결혼은 사양하겠다는, 또 힘들게 아이를 낳고 키우는 대신 애완동물을 키우면 된다는 어느 미혼여성의 말을 들었다.
그 말의 밑바닥에는 책임의식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자녀 없는 부부생활이나 독신생활은 책임질 부양가족이 없어서 홀가분하기도 하겠고, 그만큼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요인들이 과연 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가져다줄는지 의문스럽다.
부처님은 남성과는 달리 여성이 겪어야 하는 다섯 가지 고통이 있다고 쌍웃다니까야에서 설하였다. 나이가 어릴 때에 시집가서 친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 월경을 한다는 것 그리고 여성들은 임신을 하고 분만을 한다는 것, 여성들은 남자에게 봉사한다는 것을 꼽았다.
부처님은 또한 여성에게는 다섯 가지의 힘이 있다고 하였다. 용모의 힘, 재산의 힘, 친족의 힘, 자식의 힘, 덕성의 힘이다. 임신과 분만이 여성에게 고통이기는 하지만, ‘자식을 두었다는 것’이 ‘여성의 힘’이라고 설하신 것에 우리는 한 번쯤 주목해 볼 필요성이 있다.
결혼을 통하여 생명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으며 무수한 인연의 고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결혼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면서도 사회와 인류로 확대되어질 수 있는 공공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정부는 여성들이 결혼과 직장생활을 마음 놓고 양립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200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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