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달빛을 담지 않는다?
전자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물
선시만큼 선의 경지를 잘 표현한 수단이 있을까. 선시의 단순하면서도 함축적인 표현을 보면 마음의 경지와 자연의 합일 등이 잘 드러난다.
혹자는 선시에서 지나치리만큼 소극적인 은둔의 태도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시를 좀 더 천착하면 정적인 속에 숨어있는 놀라운 다이나미즘을 발견할 수 있다. 겉으로는 정적이지만, 엄청난 에너지, 활달함, 유머 그리고 적극적인 중생구원을 향한 비원이 담겨 있다.
1900년대 초기를 살았던 한국 불교의 봉우리 경허 선사의 선시에는 ‘바람이 대나무에 머물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다. ‘물이 달빛을 담지 않는다’라는 시구 또한 유명하다. 바람이 쓸고 간 후, 대나무가 제자리를 찾는 것, 달빛이 물에 머무르지 않는 것을 집착하지 않는 마음의 경지와 비유한 것이리라.
그러나 좀 더 관찰해 보면 놀라운 인과의 법칙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달빛은 달의 표면에서 반사된 태양의 빛이 지구에 다다른 전자파이다. 마치 핸드폰으로 수신되는 음성을 담은 파가 전자파이듯이, 빛 또한 전자파의 일종이라는 것이 20세기 초 맥스웰에 의해서 밝혀졌다.
즉, 전계와 자계가 같이 덩어리가 되어 에너지로 전파되는 파동이다. 전자파의 파장에 따라서 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열로 느끼기도 한다. 파장이 긴 성분은 우리의 눈에 붉은 빛으로 보이고, 파장이 짧은 성분은 푸른색으로 보인다. 붉은 색보다 더 긴 성분이나 푸른 색 보다 더 짧은 성분은 우리가 감지하지 못한다.
빨간 사과를 들고는 ‘빨갛다’라고 느끼는 것이 집착인가, 인연인가를 묻는 숭산 스님께서 가르치시듯이 우리가 ‘빨갛다’고 느끼는 것은 진화라는 인과의 결과일 뿐이다. 다른 동물이 또한 우리와 같이 그 파장의 전자파를 빨갛게 느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자파(달빛)가 물에 들어왔다가 가면 물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물이야 말로 전자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물질이다. 물은 두개의 작은 수소가 큰 산소에 대칭적으로 붙어 있지 않고, 머리에 달린 뿔 마냥 붙어 있는 모습 때문에 전기적으로도 비대칭을 이룬다.
즉, +전기를 띤 중심과 -전기를 띤 중심이 다르다. 이를 흔히 ‘극화’되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달빛이라는 전자파가 들어오면, 물분자는 특수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특수한 파장을 흡수하고, 다른 파장은 그냥 통과시킨다고 하는 편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러한 전자파와 물분자와의 반응관계가 바로 지구의 생물이 태양, 달빛과 교통하는 방법이 될 것이며, 생명의 출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물은 달빛을 담아내지 않는다’라는 선시를 읽으면서, 그 안에 숨어있는 우주와 생명의 오묘한 인연의 법칙을 이해하도록 하자. 우주 만물이 인연의 법칙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변화해 나가는 화엄경의 우주론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