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고기 우려낸 물을 육수라고 하는데, 사찰에서는 육수를 요리에 응용할 수 없었기에 요리에 맛을 낼 방법을 찾다가 다양한 채수(菜水)를 만들게 됐다. 채수란 버섯이나 채소 등을 끓여 우려낸 물을 이르는 말로, 사찰음식의 기본이 되는 모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조그만 암자에서는 큰 사찰과는 달리 먹을거리가 풍부하지가 않았다. 이러한 암자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에게는 버섯이 단백질의 주 공급처가 되었고, 조리를 하고 남은 야채 한 토막이라도 버릴 수가 없었다. 버섯에 야채 토막 그리고 다시마 한 두 장, 김치 담고 남은 무도 한 조각을 같이 넣고 끓인 것이 바로 채수인데, 그 맛이 깔끔하고 담백해 음식 맛을 낼 때 사용하게 된 것이다.
초하루 법회나 보름 법회 때는 소면을 삶아 이 채수에 말아 먹기도 한다.
아무것도 대접할 것 없는 조그만 암자에서, 부처님께 정성껏 기도하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가시는 신도들에게 작은 정성을 베풀고자 하는 스님들의 맑고 순박한 마음이 채수에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 역시 고기를 즐겨하는 편이 아니라 모든 요리에는 육수 대신 채수를 이용한다. 맑고 깨끗한 국물을 이용하고 싶으면 다시마와 무를 사용하고,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내고 싶으면 다시마에 무, 버섯을 이용한다. 또한 김치를 담글때 젓갈 대신 고추씨와 다시마, 무, 버섯을 이용한 채수를 넣으면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채수를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놓은 후 1회용 비닐 팩에 넣어 얼려두면 그때그때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다가오는 설에는 육수 대신 버섯을 넣은 채수로 맛좋은 떡국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만드는 법
재료(물 1ℓ기준) : 다시마 10cm x 30cm , 마른표고 5장, 무1/10조각, 당근1/4조각, 청고추2개, 홍고추2개
① 물 1ℓ에 모든 재료를 넣고 끓인다.(다시마는 젖은 행주로 깨끗이 닦아준다. 묵은 다시마를 사용할 경우 국물에서 비린내가 날수가 있으니 남은 소주로 닦아주는 것이 좋다)
② 물이 끓고 연한 갈색이 나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먼저 건져낸다.
③ 좀 더 진한 갈색이 나면 표고버섯을 건져낸다.
④ 채수가 완전히 끓고 나면 모든 재료를 건져내고 식혀서 200cc씩 담아서 냉동 보관한다.
맛 포인트
- 단맛을 내고 싶으면 양배추 몇 장을 넣어준다.
- 매운 맛을 내고 싶으면 물1ℓ에 고추씨 2큰술을 넣는다.
-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는 전통 사찰음식을 원하지 않을 때는 파뿌리와 양파를 함께 넣어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