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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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문화 코드는 ‘평화’/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두 명의 농민이 시위과정에서 사망한 지난해 11월의 여의도집회와 관련하여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이 사퇴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1월 7일에는 전·의경의 부모와 전역자들이 평화로운 시위문화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여러 언론매체에서는 더 이상은 폭력적인 시위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일회성의 구호에 그치지 않고 폭력시위와 강경진압의 악순환을 끊음으로써 성숙된 민주사회로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생존권이 직결된 자신들의 주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다소 거친 행동을 보이는 시위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의 권위주의시절과는 달리 상당한 정도의 민주화가 이룩된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의사표현의 통로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폭력시위의 방법을 고수하는 일부 시위대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만일 집회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질서정연하게 진행된다면 경찰에서 무리하게 강경진압에 나설 이유가 없다.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전·의경의 사정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의경의 부모들은 길바닥 한 쪽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가슴이 아리고, 방송화면을 통해 그들이 시위대에게 매를 맞는 장면을 바라보면 자식 걱정에 온 가족이 서로 붙들고 운다고 한다. 이들이 거리에 나서 목소리를 높이려고 하는 데에는 이 땅의 아들로 태어나 국방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전·의경들이 강경진압의 멍에를 쓰고 매도되는 것이 너무나 억울하다는 반발심리가 깔려있다.
미국에서는 평화로운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지만 폴리스라인을 침범하는 등의 규정을 위반하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20일에 25년 만에 뉴욕 대중교통노조가 파업에 나섰지만 어떤 폭력도 없이 평화적 시위를 고수한 채 파업을 마쳤다. 프랑스에서는 시위대원은 총포류와 같은 무기는 물론이고, 화염병과 같은 인명살상 가능성이 있는 흉기 소지 자체가 불법이다. 경찰은 직업경찰관 가운데 별도로 선발해 훈련시킨 폭력시위 진압병력을 현장에 배치하고, 일단 진압작전에 들어가면 철저하게 체포한다.
우리 사회도 외국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평화로운 시위문화의 정착을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질서유지의 일차적인 책임을 집회를 주최하는 측에서 담당하고, 경찰과 평화로운 행사진행에 대한 ‘신사협정’을 맺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적절한 제재조치를 감수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경찰은 폭력시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시위대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최일선에는 시위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고 국민에 대한 봉사정신과 책임의식이 투철한 전문경찰관을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시위발생의 원인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당국과 정치권은 자신들을 대신해 전·의경들이 거리에서 시위대와 맞서야 하는 상황에 대해 가슴 아파하며,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법구경>의 한 구절에 따르면 “모든 생명은 평화를 바라는데 폭력으로 이들을 해치는 자는 자신의 평화를 구할지라도 뒷세상의 평화는 얻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자비와 포용의 불교정신과 비폭력을 강조하는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생활하는 불자들은 결코 폭력을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2006년 새해에는 폭력시위와 강경진압의 악순환은 이제 그만 떨쳐 버려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시위대의 안타까운 죽음도 전·의경 부모들의 서러운 눈물도 필요치 않는 평화로운 불국정토를 건설하기 위해 성숙한 시위문화가 참으로 절실하다.
200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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