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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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불확정성 원리와 제행무상/서울대 전기공학부
입자 위치·운동량 동시에 측정 불가능
존재와 존재 사이 변치않는 순간 있는가

20세기 초, 코펜하겐의 보어가 원자핵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전자의 에너지가 불연속적인 에너지만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을 발표해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세계를 떠들썩하게 할 때였다. 독일의 하이젠버그라는 젊은 과학자가 이러한 이론의 물리·수학적 의미에 대해 보어와 토론을 가졌다. 이 토론은 과학사에 아름다운 추억거리로 남아있다.
이 토론의 결과 26세의 하이젠버그는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수학적으로도 증명하기에 이르렀다. 불확정성 원리란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음을 밝힌 것이다. 실험적으로 입자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 빛을 쪼여주면, 입자의 운동량이 변해 있을 것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두 가지 양을 알 수 없다는 것과도 일치한다. 이 발견은 존재론에 대한 철학적 사고까지도 바꿔 놓았다.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어떠한 것이라도 본질을 알 수는 없다. 알기 위해서는 측정을 해야 하는데, 측정이라고 하는 행위는 반드시 그 본질을 바꾸기 때문이다. 과학적 측정은 본질을 아는 것이라기보다 본질이 우리의 측정 행위(혹은 사고행위)에 의해서 반응하는 것을 측정하는 것이다.
마치 스프링을 이해하기 위해서 스프링을 늘여서, 이 스프링이 반응하는 것을 측정하는 초등학생과 같이, 우리는 항상 분자를 알기 위해서 분자를 늘이거나 줄이거나 한다. 우리가 보는 꽃 역시 꽃을 본다기 보다, 꽃의 표면에 빛을 쪼여서, 이 빛이라는 에너지 덩어리에 반응하는 꽃 표면의 분자(마치 스프링과 같은)의 늘어짐에 의한 반응을 반사라는 이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본질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인간이 만들어 낸 오류라고 하는 편이 옳다. 오로지 측정에 의해서만 존재가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고, 이것이 존재의 모습이다. 마음에 의해서 우주가 존재한다는 불교의 유심론의 손을 들어준다고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진리를 깨닫고 나서, 설파한 가장 중요한 이론 중의 하나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모든 행에서는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어리석은 우리들은 이 가르침에서 불교의 허무주의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제행무상은 바로 2500년 후, 하이젠버그가 발견한 불확정성 원리와 상통하는 단순하고도 명확한 우주 존재의 원리를 나타내고 있다. 모든 존재와 존재로부터 일어나는 상호 관계들이 어느 한 순간도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이렇게 변화하는 자체가 존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놀랍고도 명료한 가르침인가.
이러한 존재원리가 ‘나’, ‘나의 소유’, 그리고 ‘절대’라는 개념들이 인간의 집착이 만들어 낸 부질없는 오류인가를 성성히 가르치시고 있는 것이다. 이유 없이 마음이 허덕일 때, 가만히 앉아서 순간순간 변화하는 마음, 아니 우주의 존재 원리를 체득하도록 하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0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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