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마음 허덕일때 차분히 관찰해 보라
오래된 인연의 ‘적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17세기는 서양에서 천재의 시대로 통한다. 신으로부터 이성을 해방시킨 데카르트부터 수학의 천재 파스칼에 이르기까지 천재가 넘쳐나는 시대였다. 태양의 왕이라고 불리는 루이14세가 프랑스에서 학술회의를 만들었던 것 역시 이 무렵이었다.
‘천재의 시대’는 1690년대 뉴턴의 출현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고 행성의 운동에 대한 일반 법칙을 발견했다. 그리고 미분과 적분의 법칙을 발견했다.
미분은 잘게 쪼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서, 세계 인구의 증가, 그것도 이 시점에서의 인구 증가율이라고 하자. 오늘 12시에 인구를 측정하고, 내일 같은 12시에 인구를 측정해서 차이를 알면, 증가율을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측정 간격을 하루로 하지 않고 1초, 아니 더욱 짧게 한다면 순간의 증가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짧게 해서 측정한 증가율을 미분이라고 부른다. 하루 후 측정한 증가율은 하루 동안 순간순간의 인구 증가를 모두 다 더한 양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적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을 처음으로 자연 현상에 적용한 사람이 뉴턴이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만약 측정하고자 하는 양이 인구가 아니고, 바람이 지나가는 플럭스라고 하자. 흔히 과학자들은 이양을 단위 면적에서 1초에 지나가는 공기분자 양으로 나타낸다(바람의 세기라고 해도 좋다). 서울과 부산의 바람의 세기 증가율은 서울과 부산의 바람의 세기 차이를 측정해서 거리로 나누어주면 얻을 수 있다. 만약 서울에서 부산이 아니고 서울에서 매우 짧은 거리를 지난 지점 사이의 공간적 증가율을 구했다면 이것이 미분이다.
바람의 세기의 미분은 곧 그 공간에서 생기는 공기분자의 시간적 증가율을 나타낼 것이다. 즉 서울에서 들어가는 바람이 부산에서 나가는 바람의 세기보다도 더 크다면, 두 지점사이(한반도)에 공기분자가 시간적으로 늘어나는 것일 뜻한다. 이러한 관계를 식으로 나타낸 것이 공기분자에 대한 미분방정식이 된다. 실제로 기상청에서 일기예보를 정확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미분 방정식을 풀어서 가능하다. 한 예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현대과학에서 미분 방정식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미분이나 적분 또한 매우 주관적이다. 즉, 수만 년을 다루는 사람에게서는 하루는 미분에 해당할 만큼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대부분 과학기술자들에게 미분의 시간은 1초의 수조분의 일이 된다. 2GHz짜리 개인용 컴퓨터는 1초에 약 20억 번의 연산을 수행한다. 따라서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전자파, 혹은 전자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 미분시간이 되어야 한다. 이에 비해서 인간의 심장의 박동, 그리고 안이비설신의로 외부세계를 이해하고, 뜻을 내는 것은 빨라야 천분의 1정도의 시간을 요한다.
이유 없이 마음이 허덕일 때 , 하루에 한번이라도 가만히 앉아서 마음의 변화를 관찰해 보자. 이 마음을 있게 한 오래된 나의 인연의 적분을 느낄지 모른다. ■서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