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웃과 무엇을 얼마나 나누셨습니까
즐거운 낯빛·부드러운 말씨로 복짓는 새해를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머리에 떠올리고 좋은 말만 나누며 좋은 것만 보아야 합니다. 시작하는 한 해를 별 탈 없이 지내기 위해서는 그게 가장 좋습니다. 어르신들이 건네시는 덕담이 바로 그것입니다. 덕담이라면 뭐니뭐니해도 경전의 말씀이 온통 덕담인데 그중에서도 이 칼럼을 사랑하시는 독자분들께 드릴 가장 덕스런 이야기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잡보장경>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지난 한 해 여러분은 이웃과 무엇을 얼마나 나누셨습니까?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도 평생 모은 돈을 쾌척하는 이들의 소식이 신문에 끊이지 않고 실립니다. 그런 것을 보면 아직 우리 사회는 살맛이 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고생해서 번 재산을 나와 일면식도 없는 이들을 위해 선뜻 내놓기에는 망설여지는 것이 없지 않습니다.
‘내가 얼마나 고생하며 번 돈인데…. 말이 나눔이지, 생면부지의 남들에게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떼어줄 수 있을까…’
하지만 새해에는 착한 일도 좀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왕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뭔가 좀 가치있는 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돈을 들이지 않고도 복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일곱 가지 나눔이 있으니, 그것은 재물이 줄어들지 않으면서도 큰 복을 얻게 해준다.
첫째는 눈을 나누는 일이다. 언제나 좋은 눈으로 부모와 스승과 수행자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그는 나중에 티 없이 깨끗한 눈을 얻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하늘눈[天眼]이나 부처눈[佛眼]을 얻을 것이니, 이것을 첫째 과보라 한다.
둘째는 온화한 얼굴과 즐거운 낯빛을 나누는 일이다. 부모와 스승과 수행자에게 찌푸린 얼굴로 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면 그는 나중에 단정한 얼굴을 얻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순금색의 몸이 된다. 이것을 둘째 과보라 한다.
셋째는 말씨를 나누는 일이다. 부모와 스승과 수행자에게 부드러운 말을 쓰고 거칠고 험한 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면 나중에 매끄럽고 거침없는 말을 하게 되는 솜씨를 얻고, 그가 하는 말은 남이 믿고 받아 주며,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네 가지 말솜씨를 얻는다. 이것을 셋째 과보라 한다.
넷째는 몸을 나누는 일이다. 부모와 스승과 수행자를 보면 일어나 맞이하여 예배하는 것이다. 이것을 몸을 나누는 일이라 하는데, 그리하면 나중에 반듯하고 크고 다른 이가 우러러보는 몸을 얻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몸이 니구타(尼拘陀) 나무와 같아서 아무도 그 정수리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넷째 과보라 한다.
다섯째는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앞에서 말한 일들로 부모와 스승과 수행자들에게 봉사했다고 해도 마음이 온화하고 착하지 못하면 나눔이라고 할 수 없다. 착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정성껏 나누는 것이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그리하면 그는 나중에 밝고 분명한 마음을 얻어 어리석지 않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 일체를 낱낱이 아는 지혜를 얻을 것이니, 이것을 다섯째 과보라 한다.
여섯째는 자리를 나누는 일이다. 부모나 스승, 수행자들을 보면 자리를 펴 앉게 하고, 나아가서는 자기가 앉아 있던 자리마저도 내어서 앉도록 권하는 일이다. 그리하면 그는 나중에 항상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존귀한 자리를 얻을 것이요,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사자법좌(師子法座)를 얻을 것이다. 이것을 여섯째 과보라 한다.
일곱째는 방이나 집을 나누는 일이다. 부모와 스승, 수행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맞아들여서 마음 놓고 집안을 돌아다니고 서거나 앉고 눕게 하는 일이다. 이것을 방이나 집을 나누는 것이라 한다. 그리하면 그는 나중에 저절로 궁전이나 집을 얻을 것이요,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도 온갖 선실(禪室)을 얻을 것이니, 이것을 일곱째 과보라 한다. 이 일곱 가지 나눔은 재물이 줄어들지 않으면서도 큰 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잡보장경 제6권)
경전 속에서는 무재칠시(無財七施)라고 하여 ‘재물 없이 행하는 일곱 가지 보시’라는 말로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요즘의 용어인 ‘나눔’으로 살짝 바꾸어 보았습니다. 새해에는 이 일곱 가지 나눔에서 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한번 시작해 볼 참입니다.
<행복을 찾아주는 부처님 말씀>을 사랑해주시는 독자여러분! 새해에는 부디 이 일곱 가지 나눔으로 굳이 돈을 들이지 않고도 복을 지을 수 있는 행운을 함께 누리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