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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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끝-티베트의학 연재를 마치며
의사는 지혜·수행 겸비한 자로
‘사부의전’ 정통, 통찰력 탁월하며
병자를 자비심으로 다뤄야 한다

갈 길은 아직도 먼데 벌써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티베트의학의 온전한 본모습을 다 둘러볼 요량이었으나 일 년의 시한으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지금까지는 티베트의학의 총론과 기본이론 그리고 진단법 일부까지 한 절반 쯤 둘러본 셈이다. 나머지는 티베트의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맥진과 다양한 치료법 그리고 약물학에 관한 내용이다. 이 남은 부분까지 마저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 적지 않지만 이쯤해서 연재를 일단 마감하기로 한다. 귀한 지면을 주셔서 우리에게 생소한 티베트의학의 이모저모를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신 ‘현대불교’ 관계자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아울러 딱딱한 내용 큰 불평 없이 함께 하여준 독자 여러분께도 같은 뜨거운 마음 전합니다. 남은 부분도 기회가 되는대로 준비하여 티베트의학의 전모를 마저 다 살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연재를 마감하며 마지막으로 티베트의학에서 의사를 어떤 존재로 규정하는지 의업관(醫業觀)을 음미해 보겠다.
병을 치료하는 주체는 역시 의사일 것이다. <사부의전>의 둘째 권 <논설의전>의 제 31장은 의사가 갖춰야 할 소양과 품행 및 덕목 등을 다루고 있다. 먼저 의사는 <사부의전>에 정통하여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통찰력이 탁월해야 한다. 또 병자를 다룰 때 어머니처럼 한결같은 자비심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 참된 자비심이 없으면 뛰어난 명의라도 치료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티베트에서는 의사를 찾을 때 자기와 연대가 잘 맞는지 예언가에게 미리 알아보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다. 병자는 자기와 가장 연대(緣帶)가 잘 맞고 모든 면에서 어울리는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환자가 다른 두 의사로부터 똑같은 처방을 받아도 그 효험은 각기 다를 수 있는 법이다.
의사는 의료인의 윤리와 책임을 준수하여야 한다. 덕 높은 영적 구루와 스승 의료기구 그리고 동료 의사 모두를 존경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병자의 피고름이나 분비물 피 오줌 그리고 배설물이나 구토물을 보고도 혐오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어떤 속마음이라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편한 신뢰감을 환자들에게 주어야 한다. 의사는 또한 모든 의약품과 의서를 소원 성취수단의 보물로 여기고 여법한 의식에 따라 부처님의 축원을 빌어야 한다.
의사는 체력 언어 및 정신적으로 비상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체력적 인내심을 통해 의약품을 만들고 언어적 인내심으로 환자를 위로하고 긴장을 풀어주며 편하게 하고 인내심으로 환자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빈틈없이 치료해야 한다.
의사는 끊임없이 실력을 연마하고 꾸준히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의사는 성품이 온화하고 친근감을 주며 빈부귀천을 떠나 만인을 차별 없이 치료해 주어야 한다. 의사는 병의 원인과 본질을 속속들이 꿰뚫어 보고 최적의 치료법이 무엇인지도 훤히 알아야 한다.
티베트의서에 의사는 모든 고통을 치유하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의업을 행하는 자로 정의한다. 수술을 할 때는 자식의 목숨을 구해내듯 대담하게 시술을 감행해야 한다.
의사라도 다 똑같은 의사가 아니다. 그 질이 최상급 특급 및 보통급으로 다르다. 최상급 의사는 약사불처럼 전지전능한 능력을 지녔다. 특급 의사는 직관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병자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강렬한 자비심을 지녔다. 보통급 의사는 스승과의 연계 하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이다.
의사는 약재가 부족한 경우가 없도록 부지런히 넉넉한 양을 채취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의 병이 치료 가능한지 아닌지의 예후를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정신적으로도 의사는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그리고 지혜 육바라밀을 마땅히 수행하여야 한다.
선한 의업을 쌓음으로써 생기는 당장의 단기적 과(果)는 정신적인 행복감 물질적 부 그리고 세속적 명예이다. 그러나 그에 비할 바 없이 더 소중한 장기적 결과는 환자를 지극 정성으로 치료하는 것만으로 현생에 깨달음을 이룬다는 점이다.
■아주대교수· 한국티베트의학원장
200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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