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이혼. 각 종교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하루 세 쌍이 결혼하고, 하루 한 쌍이 헤어지는 ‘이혼문제’에 대해 어떤 해답을 가지고 있을까.
12월 14일 서울 정동 세실극장 세미나실에서 불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천도교 대종교 천리교 등 7대 종교 지도자들과 법조계, 학계, 사회단체 지도자 50여 명이 모여 ‘이혼’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주최는 서울고등법원조정위원협의회(회장 연정열). 이날 세미나 내용을 발표자별로 요약ㆍ정리한다.
▲법명 스님(대한불교사상연구회 공동대표ㆍ창녕 법성사 회주) - 결혼은 개인의 선택과 판단 문제다. 하지만 이것도 연기법에 의한 것이다.
가족이 붕괴되는 원인은 갈등에 있고 갈등은 신의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와 중도에서 가족 공동체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부부의 인연도 이혼의 악연도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음으로 이것이 있다는 연기법에 따른 것이다.
경전에서는 가족의 의미를 ‘식구들이 괴로워할 때 같이 괴로워하고 일할 때 같이 힘 모아 일하기 때문에 가족이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연기법을 알고 가족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노영환(한국기독교개혁교단회장) - 창조주가 아담의 아내를 만들어 준 것이 결혼의 시작이며, 이혼은 창조주의 뜻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될 수 없는 문제이자, 성경을 이탈하는 행위다. 우리는 5월 셋째 주를 ‘부부의 주’로, 5월20일을 ‘부부의 날’로 정해 가정문제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종교계가 새 가정 운동을 펼쳐 이혼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안정수(가톨릭, 경희대교육대학원장) - 부부는 하나님이 정해주는 것이며, 인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고귀한 인연이기 때문에 이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 전 바티칸에서 부부를 선익의 관계이자 평생 운명공동체로 규정한 바 있다. 부부의 선익 관계는 이타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며, 부부간의 이타적 행위는 가정은 물론이고 나아가 사회와 국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원오(원불교 화곡교구장) - 부부는 선연(좋은 인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부부가 되고 나면 다시 선업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이혼을 하게 되면 악연이 되는 것이다. 이 악연은 악순환된다.
▲이재룡(대종교 봉선) - 단군 할아버지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종교는 순리대로 사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따라서 욕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많은 것을 욕구하지 말 것을 가르친다. 나보다도 주변과 상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혼이 많은 것은 결국 이해관계가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고윤지(천도교 여성중앙회장) - 천도교는 ‘사람이 하늘’이라는 가르침을 따른다. 이렇게 보면 부부는 서로를 하늘처럼 섬겨야 한다. 우리는 부부를 천지(天地)로 본다.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화합해야만 천지가 조화될 수 있다. 천지가 조화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땅도 하늘도 제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 늘 조화를 생각해야 한다.
▲조수현(대한천리교 원로교통) - 천리교는 현실에 대한 순응, 순종, 교화를 중요시여기며, 사심없는 정성으로 남을 구제하려는 마음을 교리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불교에서는 자비라고 표현하지만 우리는 정성이라고 말한다. 정성이 통하면 다 이루어진다. 인내력과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결혼은 그런 약속이 전제돼 있는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대표적 존재다. 인간은 생명과 평화 등 모든 가치를 함축한 창조물이다. 정리=한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