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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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열(동국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교수사회의 ‘도덕불감’

여느 집단보다도 교수사회에 대해서는 높은 도덕성과 지극한 청렴도를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와 기대가 있음은 자타가 수긍하는 사실이다. 예로부터 선비에게는 청빈이 지극한 미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그러한 전래의 가치가 이제 땅에 떨어져 뒹구는 형국이니, 지난 7월의 S대 공대 교수의 구속에 이어 금번에는 3개 대학의 교수 4명이 연구비를 목적 외의 방법과 내용으로 집행하여 업무상 횡령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되는 사례를 접하곤 아연해 질 수밖에 없다.
알려진 바 그 내역을 보면, 보조연구원인 대학원생들의 인건비 빼돌리기와 가짜 세금영수증 발급 등의 수법으로 부당하게 유용하여 조성한 돈을 개인 벤처회사 운용자금으로 쓰는가 하면, 가족 명의로 빼돌리고 동료교수 주택 구입비를 지원해줬다니, 그 파행의 내용에 얼굴 뜨겁기 그지없다.
굳이 일부의 사안으로 교수사회의 일반적인 비행으로 확대 해석하는 성급한 일은 경계할 일이라는 견해나 애당초 연구비 산정 자체가 본질적으로 부적절하게 편성되게끔한 비현실성을 탓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목소리가 전혀 도외시되는 여론몰이식의 질타에만 편승하는 입장은 피하고 싶다. 그러나 차제에 국가연구개발비의 25%가 대학에 지원되고 있는 실정에 교수사회의 사회적 책임성의 부재를 점검하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일찍이 인간의 탐욕과 아집의 무명을 벗어나서 진정한 인간의 존귀함을 구현해야 한다는 불도의 가르침을 새삼 절실하게 돌이켜 새겨야 하리라. 눈앞에 보이는 물질과 재화에 눈이 멀어 그 동안 교수로서 사회적 신분과 신뢰와 책무를 송두리째 내던지는 인간의 탐·진·치의 단면을 보는 것으로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누구든 완미한 지경의 무소유와 보시의 실현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고귀한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교수사회가 그나마 그러한 고결한 삶의 진면목을 추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대학과 교수사회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건강성을 유지하는 청정도량의 기능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이타행을 베풀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남의 이익이나 편의를 가로막거나 빼앗지는 말아야 하는데, 제자들인 연구보조원들의 인건비를 잘라 착복하는 일이 용납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알게 모르게 저질러지는 과오 가운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죄업과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행하는 죄업이 있다. 이번 몇몇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은 그 둘의 죄업을 동시에 저지른 것이다. 한낱 티끌만한 탐욕을 자제하지 못한 흐린 마음으로 인해 그 동안 쌓아온 교수로서의 학문적 성과와 신망을 한꺼번에 놓치는 어리석음을 우리가 두루 자기경계의 절실한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그러나 이번 사례를 내세워, 향후에 교수들에게 지원될 연구비의 양과 질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연구비 산정이나 집행 절차가 보다 더 합리적이고 적정하게 이행될 수 있는 매뉴얼이 개발되어야 하며, 연구비 관리 시스템도 강화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도 있어야 하겠다.
물론 그 무엇보다도 진정한 인간성에의 눈뜸과 탐심의 덧없음에 대한 깨우침으로 교수사회 스스로 자정의 노력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 교수사회에 알게 모르게 스며든 도덕적 불감증과 ‘이재 밝힘증’이라는 사자신충을 준열한 회오의 자세로 스스로 솎아내는 자기성찰의 용맹정진을 보여주는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그리하여 교수라는 직분이 진정하게 우리 사회의 선지식의 참된 노릇을 수행하는 올곧은 위상을 회복하도록 하자.
200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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