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상태 봐서 진단 …일상화된 방법
요색 진황색이면 열증, 냄새·김 없으면 가열증
오줌의 내용물과 특성도 요진에 있어 반드시 살펴야 할 지표이다. 가만 놓아둔 시뇨가 뿌옇게 혼탁해지면 통상 열성(熱性) 병증이고, 반대로 멀겋게 묽어지면 한성(寒性) 병증으로 본다. 시뇨가 바닥에서 상층으로 서서히 변해가면 별로 오래지 않는 열성 병증임을 뜻한다. 오래된 만성 열증 병이면 용기의 얕은 주변부로부터 깊은 중심부 방향으로 변화가 일게 된다. 한성병증 역시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향하는 변화가 관찰된다.
오줌의 세세한 특질이나 변화상을 포착하여 실로 다양한 질환들을 감별할 수 있다. 그러나 만병의 진단에 기본은 역시 한증과 열증의 감별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한증 병의 오줌은 요색이 연한 초록빛을 띤다. 막 받은 한증 병 오줌은 묽고 김과 냄새가 거의 없으며 다소 크기가 큰 거품이 일었다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겉에 뜬 찌끼나 부유물은 엷고 적다. 이런 한증 병의 오줌은 오래 지나도 별 변화 없이 요색도 초록빛 그대로이다.
반면, 열증 병의 요색은 진노랑색이고 막 받았을 때 농도가 더 진하며 김도 더 많고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거품은 잘고 노란색이며 금방 없어져버린다. 표면에 뜬 찌끼는 다소 두터운 편이고 부유물은 위아래로 계속 움직여 쉬 가라앉지 않는다. 가만 놓아두면 미쳐 김도 다 걷히기 전에 요색이 짙게 변해버린다.
사증(邪症)을 잘 가려내고 오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심한 관찰과 빈틈없는 안목이 필수적이다. 요색이 붉은색이라면 어느 장기와 관련한 병증이고 어떤 유의 열증인지를 더 가려봐야 한다. 열성 병에서 요색이 붉고 흐리며 아래층에 부유물이 있으면 신장의 병증이요, 붉은색에 초록빛을 띠고 맑고 투명하며 가운데층에 부유물이 보이면 비장의 병증이다. 그리고 요색이 암적색이나 담홍색이고 부유물이 널리 고루 퍼져있으면 간장의 병증이다.
요색이 붉으면 보통 열증 병증으로 해석되나 그것이 혈액의 열증인지 허열(虛熱) 열증인지는 더 살펴보아야 안다. 만약 오줌이 진하고 탁하며 김이 많으면 혈액의 열증인 것이고 그렇지 않고 김도 적고 요색도 맑으며 거품이 크면 허열 열증인 것이다. 또 요색은 붉은 색이지만 거품이 없는 오줌은 열사(熱邪)가 내부로 침습한 병증이고, 거품이 없으나 초록색인 오줌은 오래된 한증 병증이다.
오줌의 진단에 또 각별히 유의할 점은 가성(假性)병증의 선별이다. 오줌이 청백색이면 보통 한증 병의 지표(指標)이나 거기에 부유물이 많고 탁하며 농도가 짙으면 가한증(假寒症)의 실열증(實熱症)으로 봐야 한다. 반대로 요색이 진황색으로 외견상 열증 증세로 보여도 부유물이 없고 김이나 냄새가 조금도 없으면 실제로는 한증 병인데 겉만 열증으로 보이는 가열증(假熱症) 병인 것이다.
임상경험이 많은 티베트의 전통 명의들은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병자의 시뇨만으로도 병을 진단할 수 있다. 티베트는 지형이 워낙 넓고 지세가 험준해서 의사가 직접 환자를 왕진할 기회가 여의치 않다. 그런 여건에서는 시뇨만을 보고 진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 사회도 요진을 시행하기에 별반 나은 사정은 못 된다. 모두들 정신없이 바쁘고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이 뒤죽박죽이 되었으니 원칙에 충실한 시뇨를 받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티베트의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진단법의 하나는 맥진이다. 맥진이야말로 서구 의학계로부터 가장 전폭적인 지지와 아낌없는 찬사를 받고 있는 티베트의학의 진수이다. 맥진은 의사가 환자의 맥을 짚어 병증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촉진의 한 유형이다. 맥진은 익히는 데만도 몇 해가 걸리고 달인의 경지에 이르려면 수십 년도 부족하다. 티베트의학의 맥진법은 한의학의 그것과 비슷하나 나름대로의 고유한 진단체계로 그 틀이 크게 바뀌었다.
티베트의학에서는 맥(脈)을 의사와 병을 이어주는 전령과 같은 존재로 이해한다. 티베트의서에는 진맥을 13절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맥진의 전반적인 개요부터 다음 회에 자세히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