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한 곳서 변치않는 메뉴로 식당 경영
욕심내지 않고 소규모로 꾸준히 한길 걸어
오늘은 우리 동네 부대찌개 식당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동네 허름한 2층 건물의 1층에 세를 들어 있는 작은 식당인데 4인용 밥상 6개가 전부입니다. 반찬은 오직 김치와 부추무침 뿐이고, 메뉴 또한 단출하여 부대찌개와 낙지볶음과 전골이고, 별미로는 칡냉면이 있습니다.
이 식당의 주인은 50대에 막 들어선 아줌마입니다. 그래서인지 단골의 대부분은 동네 주부들입니다.
단출한 메뉴판에서 그나마 뭘 시킬까 망설이면 주인아줌마의 현명한 참견이 반드시 끼어들고, 음식에 대한 상담도 즉석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런 만큼 자신이 만들어 내놓는 음식에 대한 그녀의 자부심은 매우 큽니다.
부대찌개에 라면 사리를 두 개 주문하면 국물이 탁해져 맛이 없다며 ‘안 된다’라고 거절합니다. 사람 수에 비해서 좀 많이 시켜도 그녀는 도리질합니다. 부추무침을 먹지 않으면 그 영양 만점인 음식을 왜 안 먹느냐며 이내 설교가 벌어집니다.
음식도 맛있고 주인의 접대 솜씨도 일품이어서 그런지 언제나 식당 앞은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느 날 동네 다른 곳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을 때 나는 그녀의 사업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16년째 같은 곳에서 같은 메뉴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말하였습니다.
“나는 성공했어. 돈을 많이 벌었어. 사람들은 날 보고 번듯하게 식당을 넓히라지만 나는 그런 거 싫어. 지금 그 자리에서 끝까지 해갈거야.”
식당 이야기를 할 때 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나는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 지금도 음식과 관련된 거는 뭐든 메모를 하고 만들어봐. 하지만 난 다른 메뉴를 추가하진 않을 거야. 나는 이 세상에서 미련하게 사는 게 가장 자신있는 사람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이 일로 그냥 끝까지 밀어붙일 테야.”
스스로를 성공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식당 아줌마가 한없이 부러워 곰곰이 그녀의 성공비결을 헤아려보기로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첫째, 스스로를 미련하다고 말하였지만 그건 한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소걸음 같은 인생행로의 다른 표현임에 분명합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사람들은 누구나 사업장의 규모를 확장 하거나 아이템을 바꾸거나 추가하는 변화를 꾀하기 마련입니다.
사실 그렇게 하여 성공한 사람도 주변에는 더러 있지만 사업을 크게 벌여야 할 때를 정확히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에게 두 가지 모양이 있다. 자신이 성취할 수 없는 일을 굳이 하려고 하는 것과,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일을 싫어하고 버리는 것이다. 반면에 지혜로운 사람에게도 두 가지 모양이 있다. 자신이 성취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싫어하지도 버리지도 않는 것이다”라는 <증일아함경>의 말씀이 잘 적용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 그녀는 처음부터 큰 수입을 바라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재물을 쌓되 적은 데서 시작하라.
마치 여러 꽃에서 꿀을 모으는 벌처럼
재물은 날마다 점점 불어나
마침내는 줄거나 소모됨이 없으리라.”
<장아함경>
한 번에 대박을 터뜨리기보다는 아주 조금씩 재물을 불려나간 것 또한 사업의 귀재도 아니고 종자돈도 빈약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셋째, 그녀는 쉬지 않고 일을 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불반니원경>에 “수십 명이 각각 활을 가지고 과녁을 향하여 화살을 쏘면 앞에 맞는 것도 있고 뒤에 맞는 것도 있지만 쉬지 않고 화살을 쏘면 반드시 과녁의 중앙을 맞히듯이 게으르지 않고 잡념이 없으면 도를 증득할 것이다”라고 한 것처럼, 언젠가는 적중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쉬지않고 화살을 쏘아댄 것이 부대찌개 식당 아줌마의 또 하나의 성공비결이라 할 것입니다.
여름휴가도 16년째 8월의 첫 번째 주로 정해놓고 지켜오고 있다는 그녀, 자식이 공부에 취미가 없어 보여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어떤 재능이 있나 지켜보고 있다는 그녀, 돈보다 일이 재미있어서 하다 보니 돈이 따라왔다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열심히 살아온 것 같기는 한데 손에 쥐어진 것이 없어 실망을 안고 사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