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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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살 걱정하지 말고 하루살이로 살라!
모든 것을 맡겨 놓고 인의롭고 부드럽게 대해야

(지난 호에 이어서)
▲스님: 예, 그러니까 꾸준히 그냥 ‘나는 자유인이 되겠다.’ 이렇게 아주 소박하게 해 보세요. ‘나는 자유인이 되겠다!’ ‘자유인이다.’ 하면 부처라는 이름인데, 부처라고 구태의연하게 이름을 부를 필요가 뭐 있습니까? 내가 자유스럽게 살면 됐지. 그러니까 내가 자유인이 꼭 돼야 세세생생에 자유스럽게 살지, 내가 지금 벗어나지 않는다면 세세생생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는 거를 생각하시구요. 감사합니다, 하여튼.
그래서 여러분한테 닥치는 것은 모두 여러분이 공부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죠.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일이 한두 건이 아닙니다. 자궁암이 심해서 아주 힘든 사람이 있었는데, 형편이 어려워서 병원에 입원할 처지도 못 되고 그냥 하혈을 하고 병원에서는 수술해도 안 되겠다고 그러는 거예요. 애들은 여럿이고 셋방은 들었지, 남편이 벌이를 해서 조금씩 들여오는 것도 근근이 육신을 놀려서 하는데 거기다 대고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생각을 해 보십시오. 진짜 사랑하니까 자식들한테도 얘기 못 하고 부부끼리도 얘기 못 하는 그 슬픈 마음이야말로 어디다가 댈 수도 없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나를 보고 나가면서도 그냥 벽에다가 머리를 대고선 은근히 울고 그냥 쓱쓱 씻고 나가는 그 마음이 말입니다, 얼마나 처절했겠습니까? 그렇게 당해 보지 않는다면 그 마음은 누구도 모를 겁니다, 아마. 식구도 아무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래도 자기가 움죽거려야 자식들과 가정이 살 수 있으니까 움죽거려야만 합니다.
그러면서 날더러 뭐라고 그러는 줄 아십니까? 하하하…. ‘나는 죽든지 말든지…,’ 저 자식들을 길러 내야 하니까 죽든지 말든지 당신 알아서 하라 이거야. 허허허…. 자기는 죽든지 말든지 자식을 꼭 길러야 한다는 거죠. 그러고는 “스님, 내가 ‘주인공!’ 할 땐 스님과 더불어 같이 생각하고 부릅니다. 나는 그 빽 밖엔 없습니다.” 아, 그러고는 쓱쓱 닦고 그냥 나가고, 뭐 오래 앉아 있지도 않아요. 그러더니, 어느 날 턱 오더니 막 울어요. 그래서 “왜 울어? 애들 길러 내지 못하게 생겼어?” 이러니까, “길러 내게 생겼어요!” “그래, 어떻게 됐어?” 그러니까 “다 나았어요! 이제 다 나았는데요, 병원에 가 볼 돈도 없으니까 근근이 조금씩 모아서 한번 어떤가 하고, 그것도 내가 못 믿어서 그렇죠. 가보니까 아무 지장이 없대요.” 아, 이러는 거야. 그러니 세상에 또, 나았으면 가 볼 필요는 뭐 있어 글쎄? 그것도 놀란 가슴에 그 어려움을 벗어나게 하기 위한 방편이겠죠.
하여튼 그런 사람도 있는가 하면 저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런 사람도 있는데 천차만별로 많은 사람들한테 나는 고맙게 생각하는 마음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도 그렇게 해서 나았어! 그 사람도 그렇게 해서 잘됐어!” 이렇게 말할 수가 없는 것은 내가 혼자 안 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 잘 들으셔야 합니다. 오는 사람이 없다면 나도 없고, 내가 없다면 올 사람도 없죠. 그런데 내가 혼자 했다고 할 수가 있나요? 그 말 자체를 잘 들으셔야 합니다. 수십만의 의식들이 같이 동원해서 작용한 겁니다. 내 몸의 모든 생명들이 같이 해 주고, 그 몸의 생명들이 같이 해 주고, 동일하게 한마음 한뜻이 돼서 작용을 했기 때문에 불이 들어온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성불하기 이전에 우리가 소박한 마음, 진실한 마음, 진실한 믿음으로 자기는 반드시 자기 뿌리를 믿어야 한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 하고, 제 뿌리는 제 나무를 도와서 푸르르게 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아셔야 합니다. (대중 박수) 그리고 질문할 사람은 질문하세요.

▲질문자2: 3년 전에요, 아이를 낳고 5개월쯤 있다가 안면마비가 와서 병원에도 가고 약도 많이 먹었어요. 그래 가지고 스님께 상의해서 천도재도 여러 번 했는데, 천도재 다 지내고 나서 한번 말씀하시기를 “네가 물리가 터져야 그 병이 나을 텐데!” 하셨어요. 그래서 한 1년쯤은 약도 먹고 침도 맞고 급하게 다니고 그랬지만, 그 후로 한 2년간은 아예 다니지를 않았거든요. 내가 물리가 터지면 낫는다고 하셨으니까 나으리라 믿고 공부를 했는데, 아직도 못해 가지고 지금도 그대로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벌어야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있어요. (울먹이면서) 그런데….
▲스님: 그런데 말이야, 말끝에 내가 먼저 말하는 건 안됐지만 나가서 벌어먹여 살리게 한 놈도 그놈이고, 가난하게 사는 놈도 그놈이고, 믿는 놈도 그놈이고 안 믿는 놈도 그놈이야, 다! 모든 것을 하나로 일치시켜서 확고하게 믿고, 죽든 살든 거기에 놓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봐, 나는.
옛날에 이런 일도 있었지. 다리가 아픈 놈이 와서 빨리 고쳐 달라고 야단법석인데, 끌고 온 놈이 또 빨리 낫게 해 주시라고 ‘빨리빨리’ 그러는 거야. 그래서 ‘빨리 낫게 해 주면 이 공부를 어떻게 하라고 빨리 낫게 해 줘?’ 이랬는데, 그냥 그렇게 그렇게 해 가지고 가더니만 아, 다리가 나아서 겅중겅중 뛰어다니니까 이제 등한시하는 거지. 그래서 ‘그것 봐라! 등한시 하잖아?’라고 하니까 다시금 다잡아서 공부를 한다고는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미지수야. 그러니까 당신도 신날도 안 꼬았어! 만약 100%라 하면 당신은 20% 30%밖엔 안 갔으니까. 그렇지만 한순간에도 100%가 될 수가 있어.
▲질문자2: 그래서요, 한 3개월 전 꿈에 저의 시어머님이 닭을 두 마리 주셨어요. 그런데 그 뒤로 둘째 아이를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 생각에 내 몸 하나 한마음으로 이끌지 못하면서 애를 가져서 똑바른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낳았으면 엄마가 바르게 키워야 되는데 자식을 바르게 키우지 못할 바에야 이 애를 안 낳으리라 마음을 먹고….
▲스님: 아이구! 믿지 못하시는 까닭에 그러십니다. 모두가 믿지 못하는 게 그냥 그렇게 많으니 그게 나을 수가 있나?
▲질문자2: 그랬는데 한 달이 지나니까 마음이 편안하고 ‘먹고 사는 것도 다 알아서 해 줄 텐데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정말 이 세상에 바른 아이를 낳고 바른 엄마가 되기 위해서 더 큰 어떤 것도 감수하겠다고 마음먹고, 부끄럽지만 법회 때 스님께 질문을 해서 정말 내가 그 자리에서 꼭 물리가 터지게 하든지 아니면 나를 깨닫는다는 공부를 꼭 하고 돌아오리라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법회 있을 때 질문하게 해 달라고 관하고 오늘 왔는데, 또 다행히 저만 왔어요. 남편이 같이 왔으면 싫어할 텐데요. 이렇게 법당에 오게 돼서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어떠한 채찍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정말 바른 엄마가 될 수 있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스님: 아! 그렇게 잘하면 돼! 하하하…. (대중 웃음) 그렇게 진짜로 믿어 봐! 이것은 말로만이 아니야! 진짜야! 그 맛을, 어휴! 그 맛을 알면 너무도 좋을 거야. 그 맛을 알면 하늘을 쳐다보고 백 번을 울어도 시원치 않을 것이고 땅을 치고 백 번을 웃어도 시원치 않을 것이야. 열심히 해 봐.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인데, 뭘 그렇게 꽉 잡고 자기가 걸어온 발자취를 짊어지고 애를 써, 그렇게? 응? 아! 그냥 걸어올 뿐이지, 그 발자취를 마음으로 왜 또 뭉쳐 들고 다녀? 그럴 필요가 없어! 우리 살림살이 살아나가는 것은 우리가 걸음 걸어오듯이 살고 가는 거야, 지금. 발자취를 놔 버린 채 걸어 다니는 것과 같은 거야. 내일 살 걱정 하지 말어, 하루살이로 살라고. 그냥 하루살이로 살란다고 또 다 갖다 팔아먹고, (대중 웃음) 끓여 먹고 이러지 말고, 하하하…. 다 맡기고, 내가 가진 게 뭐 있어! 내 몸뚱이도 가진 게 없어! 내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니야! 내 마음도 내 것이 아니고. 그런데 거기에 뭐가 있다고 그냥 그걸 부여잡고 쩔쩔매? 좀 그렇게 놔 봐! 오늘 중으로라도 그렇게 놔 봐! 가 봐. (대중 웃음)

▲질문자3: 저는 우리 선원에서 나온 여러 권의 책과 녹음테이프를 통해서 공부해 왔습니다. 부처님의 도를 그렇게도 깊고 지극하게 가르쳐 주시는 큰스님의 법문에 너무나도 뜨거운 감사를 드리며, 이 감사한 마음을 어찌 표현할 수가 없어 때로는 오직 눈물방울만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물론 저뿐만이 아니고 이러한 질문을 수차례 많이 받으셨으리라 생각되나 여러 대중들과 저를 생각하시어 다시 한 번 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불자들이 어디를 가거나, 혹 절 앞을 지날 때에는 불전에 참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이때에 참배하면서 우리 불자들은 어떠한 마음을 내어야 합니까? 부처님도 내 한마음에 계시며 나와 다르지 않으며, 바로 나의 실상이니 주인공에 감사해야 되는지요, 아니면 부처님께 ‘원력을 주십시오.’ 하는지요. 부처님께 참배를 하면서도 주인공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요. 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님: 그게 간단해요. 만 개의 사찰을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그 만 개가 단 하나도 없어요. 거기 가서 참배를 올릴 때, 내가 그랬죠? 이 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법당에서 참배를 올릴 때 왜, ‘일체제불의 마음’이라는 노래 있죠? 그와 같습니다. 즉 말하자면 저 형상이 내 형상이요, 저 마음이 내 마음이요, 저 생명이 내 생명이니 둘 아니게 ‘주인공’ 하면 전체가 모두 하나로 돼 버립니다. 그러니까 그저 어디를 가셔서 참배를 올리든지 주인공하면 그냥 부처와 나, 일체가 다 하나가 돼 버리니까요. 주인공에 감사히 생각하고 하면 그대로 부처님 마음도 거기에 함께 하게 돼 있습니다. 그게 비밀이죠.
▲질문자3: 식사를 할 적에는 합장을 하는데 이럴 때는 주인공과 더불어 감사하는 마음만 가지면 되는지요.
▲스님: 예. ‘주인공’ 하면 나와 더불어 주인공이지 개별적인 주인공이 없습니다. 여러분 식사를 한 그릇 먹을 때에 혼자 먹습니까? 아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러 생명들이 같이 먹습니다. 그렇죠? 지금 이 몸속에 내가 얼마나 많이 들어 있습니까? 그러니 내가 밥 한 그릇을 먹어도 공식하고 있죠? 그런데 그 밥 한 그릇이 또 뭡니까? 농사지은 사람, 밥 지은 사람, 뭐 뭐, 전부 거기 손길이 갔으니 모두 한데 합치면 전부 공식이에요. 그러니 공식했다는 것은 즉 말하자면 공양(供養)입니다. 공양! 그래서 공양을 올려라, 이럽니다.
어느 한 부처님에게 올리는 게 아니고 우주 삼라만상 전체에 한 그릇으로 공양을 올리고도 그 한 그릇은 되 남더라 하는 겁니다. 되 남아서 또 올리고, 먹어도 또 남고, 또 먹어도 또 남고 이렇게 되풀이 되는 끊어지지 않는 진리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혼자 먹어도 공양입니다. 그래서 공양! “공양하셨어요?” 이러죠, 절에서. “밥 먹었소?” 이러지 않고 “공양하셨어요?” 이러죠?
▲질문자3: 공부는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끌고 다니는 것도 바로 주인공! 당신이 끌고 다니는 것이지. 이 고통 주는 것도 다 당신이 하는 것이지!’ 이렇게 믿고 해도….
▲스님: 당신이 하는 것이지 해 놓고 뒷마무리가 없으면 안 되죠. 당신이 한 거니까 당신이 해결해야지! 당신이 구정물이 나오게 했으니까 당신이 새 물이 나오게 해서 쓸 수 있게 해야지! 하는 그 대치가 있어야죠. 똥을 다 누고 밑을 씻어야만 개운하고 깨끗하죠? 그와 같은 겁니다.
▲질문자3: 잘 알겠습니다.
▲스님: 형제 법우님들이 공부가 부진해 가지고 내가 한 번 더 이렇게 만남을 갖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열심히 하셔야죠. 나는요, 사실은 여러분이 자고 있을 때도 그대로 자는 게 없고, 낮에도 여러분 못지않게 일하고 있습니다. 한시도 쉬는 사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생각을 깊이 좀 하세요.

▲질문자4: 감사합니다. 강릉지원에서 왔습니다. 빨리 왔다고 왔는데 또 제일 마지막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강릉지원이 이룩되게 되었습니다. 큰스님의 큰 원력으로 생각하며 감사를 드리고, 온 한마음선원 신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스님: 감사해요.
▲질문자4: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장문의 편지로 스님께 올렸습니다. 단, 제 마음자리가 아직 부족해서 뭔가 좀 부족하고, 요새 말로 좀 튀는 것 같습니다. 일이 잘되면 그걸 진득이 참고 있어야 되는데, 마음보다 몸이 앞서고 몸보다도 마음이 앞서고 그래서 좀….
▲스님: 아니요! 이런 묘법이 있어요. 말을 해도 함이 없이 하고 또 행을 하되 함이 없이 행을 한다면 그 비밀이 아무 데도 누설되지 않아요. 사람이 내놓는 것만 알지 들이는 것을 모른다면 아니 되듯, 내놓고 들이는 것이 모두가 철두철미해야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 음파라는 것은 여기에서 달나라를 가도 그냥 요기서 저 문 밖에 통신이 되는 것과 똑같아요, 두루. 정말입니다. 그러니까 이거는 내가 말하는 게 아니야, 하면 그건 누설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함이 없어! 그렇게 알고 있다면요.

▲질문자5: 스님, 제가 6월경에 뵙고 한 5개월 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제가 6월경에 스님을 뵐 때는 아주 저 자신을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저의 집사람에게 끌려오다시피 해서 뵙게 되었고 그 당시에 ‘저를 다 죽이고 왔습니다.’ 하고 스님께 고백을 했습니다만, 그때 스님께서는 “믿고 맡겨라, 공부해라!” 그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스님 말씀대로 모든 것을 믿고 맡겼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찾았습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저에게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습니다. 가정적으로도 부부간에 갈등도 없어지고, 가족간의 화합도 생기고 사업도 상당히 번창해서, 이제 연간 매출액이 몇 십 억을 가져올 수 있는 그런 사업적 기반도 다졌습니다. 그래서 주인공과 큰스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자세한 것은 후일, 믿음이 부족하고 아직 깨우침이 부족한 분들을 위하여 사례로 발표할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알면서도 “그러면 주인공의 힘의 원천이 어디 있느냐?” 이런 것을 생각하게 됐는데 오늘 설법을 통해서 그 답을 얻었습니다. 아울러서 한 가지만 그간에 의심스러웠던 것을 질문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인간은 우주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주의 영향을 받으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희 인간들이 자기 자신을 찾고 그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주와 인간이 어떤 관계가 있느냐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큰스님께서 우주와의 관계를 여러 번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마는, 아직도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 인간과 우주와의 관계, 또 힘이 있다면 그 에너지와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가 이 점을 좀 여쭈어 보겠습니다.
▲스님: 이렇게 비유를 해 봅시다. 발전소를 우주라고 한다면 인간의 능력은 바로 그것을 용도에 따라서 꺼내 쓸 수 있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소비자가 없어도 아니 되고, 그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그 능력 자체가 없어도 안 되죠. 그러니까 우리가 용도에 따라서 끌어 쓰기 위해 에너지라는 이름이 생긴 거지, 용도에 따라서 꺼내 쓸 수 없다면 어떻게 에너지라는 이름이 나왔겠습니까? 그러니까 우주의 근본이 발전소라면 거기에서 우리가 용도에 따라서 꺼내 쓰는 그 전력이 에너지입니다. 그러니까 에너지와, 사람의 능력과, 그 발전소와 둘이 아니게 같이 직결이 돼 있으니까 자유자재로이 꺼내 쓸 수 있다, 작으면 작은 대로 꺼내 쓰고 크면 큰 대로 꺼내 쓸 수 있다, 그 꺼내 쓸 수 있는 용량은 한계가 없다는 거죠. 여러분이 다 한계가 없이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권리도 가지고 있고요.

▲질문자6: 오늘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바보가 여기 나와서 큰스님을 뵙습니다. 오늘 질문에 좋은 가르침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것은 4일 전에 열반에 드신 해인사 큰스님께서 81년 1월 종정 취임의 제 일성으로 하신 법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일체 삼라만상이 모두 다 법신체(法身體)인데 이를 깨닫지 못하는 우리 중생을 안타까워하시는 마음에서 우리들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서 말씀하신 그런 법어인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큰스님께서도 인연이 다하시어 이제 열반의 길에 드셨습니다. 그렇게 큰스님께서 인연이 다해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보고 난 뒤에, 저는 불현듯 저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큰스님의 깊고 지극하신 자비 밑에서 20년을 선원의 수위로서 지내 왔습니다만, 어른스님의 열반을 보고서 ‘아이고! 나 이거 큰일 났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큰스님의 밑을 떠나서 인연이 다되어 갈 때는 틀림없이 나는 지옥행이다.’ 이렇게 지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천하에 둘도 없는 바보가 20년 만에 용기를 내서 오늘 처음으로 스님께 큰 가르침 주십사 하고 여쭙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중생들이라는 것은 현실 속에서 거짓 나를 참나로 알고 현실 속에서 물질에, 허상에 매달려서 쫓기고 찾고 갈등을 하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큰스님께서는 항상, 저희들이 바깥에서 배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으뜸가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나에게 참 가르침을 주실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 선지식을 만나는 것과 그리고 그 계기를 뚜렷이 가지는 것이 공부의 으뜸이라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그 계기를 용케도 잡았습니다.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이런 인생의 무상함을 하나의 계기로 찾았고, 또 오늘 여기 나와서는 스님께서 ‘이 무지 중생들,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내가 진리를 한마디로 요리를 해서 딱 깨우쳐 줄 수 있는가, 맛을 내게 넣어 줄 수 있는가.’ 하는 말씀으로 두 번째 계기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나는 여기 20여 년을 큰스님 밑에서 지내 오면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큰스님을 뵈옵고 좋은 가르침을 받곤 했는데 5년 전에 온 아우님이나 6개월 전에 온 아우님이 벌써 주인공 맛을 보았다 하니 전 그만 걱정이 태산 같고 이래서 오늘 나왔습니다. (대중 웃음) 큰스님께서는 항상 한마음 법으로써 저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한마음이라는 것은 나의 절대 생명이요, 그리고 공존의 생명이요, 시간을 초월해서 영원하고, 공간을 초월해서 무한하고, 인간을 초월해서 신령하다. 너무 크기 때문에 허공과 같고 무(無)다. 항상 주인공 자리에 되돌려 놔라. 여여하게 되돌려 놓고 그리고 공부를 해라. 그러면 모든 것이 풀릴 것이다.’ 하고 말씀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20년간 들어 왔습니다만 그것이 항상 큰스님의 말씀으로밖에 여겨지지 않고, 내 옆에 있는 내 도반들의 말로 들리지 제 말로는 하나도 마음에 새겨지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왜 나왔느냐 하면, 이 세 가지 계기를 잡은 김에 큰스님께서는 ‘너는 인연 없는 자식이니 이제 수위 자리도 그만두고 나가서 죽든지 떠나든지….’ 이 말씀을 오늘 한마디 해 주시면 아무래도 제가 죽기 싫고 달아나기 싫으면 공부를 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오늘 왔습니다. 좀 크게 꾸지람 주십사 하고 왔습니다. 꼭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스님: 본래 말입니다. 본래 인생은 온 게 없기 때문에 갈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 말마따나 서까래는 서까래대로 쓸 수 있고, 기둥은 기둥대로 쓸 수 있고, 포함해서 새끼손가락 하나라도 없으면 불구이듯이 우리 전체가 이 세상에 나온 것은 다 쓸 수 있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 안 하셔도 되고요, 한생각을 잘 하셨다면 그대로 해 나가시면 되겠죠. 뭐 길게 생각하고 짧게 생각하고, 또 오래 됐고 오래 되지 않았고 그걸 떠나서 지금 현재 생각이 중요합니다. 그런 거니까 그저…, 그런 말씀 하시는 거 보니까 한자리를 하신 것 같은데요? 하하하…. (대중 웃음)
▲질문자6: 감사합니다. 계속 이렇게 나무라시고 이끌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 또 질문하실 분 있으면 질문하세요. 여러분이 다 이익되게끔, 지어서 할 필요도 없고…. (삼배를 올리는 질문자에게) 한 번만 하십시오.

▲질문자7: 큰스님, 감사합니다. 여태까지 불교를 믿고 수십 년간 다녔지마는 불교의 진수를 모르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큰스님께 와가지고 용광로보다 더 확실한, 놓고 갈 수 있는 주인공 자리를 배웠기 때문에 저희들이 요즘 마음 편안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는 가족이 지금 손녀까지 여섯 명입니다마는 저는 마음자리를 놓고 잘 돌아가는데 딴 식구들은 아직까지, 제가 볼 때에 걸리는 점이 보일 때는 참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조용할 때 한 번씩 가솔들한테 얘기를 해 줍니다마는 아직 제가 도량이 부족해서 마음을 가족들한테 못 내는 것 같아서 오늘 큰스님께, 어떻게 하면은 제 그릇을 좀 키울 수 있을까 하고 여쭤 보고 싶습니다.
▲스님: 식구들이 잘못하든가 빗나간다든가 하더라도 항상 모든 것을 자기 주인공에다 놓으세요. 즉 말하자면, 그쪽의 주인공이나 내 주인공이 같거든요. 그런데 식구들은 벌써 식구라는 가설이 돼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데에 가설이 돼 있죠. 그런데 그 가설이 돼 있기 때문에 자기 주인공에다가 놔도 그 쪽의 주인공까지 다 밝아집니다. 그러니까 자기 주인공한테 ‘저 사람이 저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도 너밖에 없어!’ 하고 모든 것을 놓고 인의롭고 부드럽게, 부드러운 행동과 부드러운 말을 해 준다면 거기도 아주 밝아질 겁니다.
▲질문자7: 그리고 제가 스님 앞에서야 뭐 나이라 할 것도 없지만 일 갑자를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과거는 한생각에 다 놓았습니다. 현재는 스님 앞에 와서 이 질문까지 하게 됐는데 이 편안한 마음을 내세에도 가지고 갈 수 있을는지요?
▲스님: 오늘 만약에 남을 도와서 좋은 일을 하고 내 마음이 즐거웠다면 내일까지도 즐겁죠. 그런 인연을 맺었다면 더불어 같이 보이지 않는 데서 모두 빈손으로 돌봐 주게 되고, 없는 손이 와서 돌봐 주게 되고, 또 없는 손이 있는 손으로 둘이 아니게 포함이 돼서 귀인이 돼 가지고 다 돌봐 주고, 가는 족족 이렇게 돌봐 주게 되죠. 이거는 기정사실입니다, 모두 모르셔서 그렇지. 그러니까 일체가 다 음파가 통해서 나를 도와주게끔 되는 거죠. 내가 혼자가 아니니까요. 그러고도 내 마음의 다스림이 이 육체 안의 모든 생명의 의식들에게 통해진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나쁘게 통하게 하지 마세요. 모두가 인의롭고, 자유스럽고, 슬기롭게 대치할 수 있는 그런 과감한 용기와 그 믿음을 가지고 해 나가실 수 있다면 여러분에게 어떠한 병고가, 죽을 병고가 온다 하더라도 그건 대치할 수 있습니다. 또 질문 있으시면 하세요.
▲사회자: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법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위 법문은 1993년 11월 7일 법형제법회에서 설법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한마음선원 홈페이지(www.hanmaum.org나 한마음선원)에서도 같은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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