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강행한 소위 ‘쌀협상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리사회의 평가는 엇갈린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향후 전면개방화에 대비하여 10년간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하는 반면 농민,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농업과 농촌에 대한 대책 없이 ‘농업으로부터의 정책적 철수’를 감행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에서 10년간의 ‘관세화유예’를 얻는 대신, 의무적 수입물량‘을 10년 동안 늘려 왔다. 그리고 올해 다시 향후 10년간 ‘쌀관세화 유예’를 얻어내면서, ‘10년후 자동관세화’와 ‘의무적 수입물량의 확대’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를 쌀농사에 대한 전면포기로 이해하고 있다. 의무적 수입물량은 쌀값폭락으로 직결되고 있는데다, 우리농업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기에 쌀농사의 위기는 ‘농업의 위기’로도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 지금 정치권과 정부는 쌀 문제를 농민생존권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다. 반면 국제사회에서는 농업을 ‘다원적 가치’를 중심으로 바라본다. 우리 농민단체는 쌀문제를 농업이 가지는 다원적가치, 즉 생태적 가치, 문화적 가치, 식량주권의 문제 등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째,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숙고하고, 이해하지 못한 채 처리하고 있다. 쌀 문제는 농업의 기반에 관한 사안이다. 이는 유사시 식량주권이 위기에 처하게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컴퓨터와 자동차’를 잘 팔면 쌀과 식량은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선순환구조를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식량시장의 경우는 그렇게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셋째,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이 선진국의 동향과는 다른 방향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선진국들 일수록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농업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농업과 농민들의 안정적인 ‘사회적인 유지’를 큰 목표로 삼아야한다.
이렇듯 쌀문제가 단순히 농민들만의 ‘이기적인 요구’가 아니라, 전국민적인 생존과 장기적인 국가경제안보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 된다면 앞으로 농업과 같은 1차 산업은 기반이 영원히 사라지는 사회가 될 것이다.
쌀은 생활에 있어 필수적이지만, 컴퓨터나 자동차는 그렇지만은 않다. 농지가 개발지로 바뀌고, 농민이 재생산되지 못하고, 농지에 투기자본만 몰려다니게 될 게 뻔하다. 그러면 국제시장에서 쌀과 컴퓨터의 부가가치가 역전되는 상황은 너무나 뻔히 내다보이는 미래다.
이러한 암울한 미래에 대해 불자들도 몇 가지의 대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농민단체 및 시민단체 그리고 환경단체들에서는‘식량자급률 법제화’라는 입법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는 현재도 ‘25%(네 끼 중에 세 끼)’를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식량종속국이 식량자급률을 점차적으로 늘려가자기 위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와함께, 종교계의 사찰이나, 교회, 성당 등에서 친환경농산물로 식사를 제공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종교계에서 이 운동을 시작한다면 학교나 회사, 노동조합으로 확산돼야 한다. 필자가 일하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경우,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몇몇 사찰에서 ‘친환경공양미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차원의 제도적 노력과 민간차원의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산물 생산-유통-소비운동’이 꾸준히 전개해 나갈 때, 우리 농촌의 회생가능성은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