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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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오랜 임상경험 통해 진단기법 완성
길조 흉조 예측, 임신부 태아 성감별까지 다양
혀와 오줌 진단은 세 기본에너지·장기 부조화 파악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병과의 씨름은 진단 시부터 시작된다. 의학의 발단은 진단과 더불어 성립된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전통의학이나 나름의 고유한 진단법이 있기 마련이다. 티베트의학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진단은 그 정확성을 생명으로 한다.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는 진단법은 존재할 가치조차 없다. 그 점에 있어 티베트의학의 다양한 진단기법과 이론체계는 수 천 년에 걸쳐 잘 다듬어지고 거듭 검증되어 온 오랜 임상경험의 결정체이다.
티베트의학은 다른 여느 의학과 마찬가지로 진단방법에 망진(望診) 촉진(觸診) 그리고 문진(問診)을 두루 활용한다. 진단은 병을 인지하여 판별하는 과정으로 마치 먼발치서 한줄기 연기만을 보고 그곳에 불이 났음을 알아내는 이치와 흡사하다. 의사는 확신이 설 때까지 시간을 두고 가급적 많은 징후와 병증을 관찰하여 신중한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 하늘에 먹구름 몇 조각 비쳤다고 비를 예보하는 우(愚)를 의학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티베트의학에서는 일상적인 병의 진단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길조와 흉조(吉凶)의 예측 임종과 관련한 꿈의 해몽(解夢) 그리고 임신부의 태아 성감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의사는 자신의 모든 오감을 활용하여 환자의 상태를 읽어내어 장기의 부조화나 병증을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 시력이 떨어져 있으면 간이 허약하다는 신호로 입술이 바싹 마르고 짓무르면 비장(지라)에 열이 있다는 표시로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신장계통에 말소리가 문제면 심장계통에 그리고 코에 문제가 있으면 폐가 좋지 않다는 징후로 금방 알아차려야 한다. 환자의 몸집과 체중 그리고 안색도 잘 살펴야 한다. 임상에서 흔히 겪는 일이지만 진료실에 막 들어서는 순간 환자의 거동과 형색만 얼핏 보아도 스트레스에 얼마나 시달리는지 생활이 순탄한지 또 얼마나 화가 쌓였는지 대충 감이 잡힌다. 그렇지만 티베트의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망진(望診)은 역시 설진(舌診)과 요진(尿診)이다.
설진은 혀의 상태를 살펴 세 기본에너지의 부조화와 장기의 이상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주로 혀의 질감(舌質)과 설태(舌苔)를 관찰하는데 룽(氣)병은 혀가 불그스름하고 거칠며 마른 질감을 보인다. 티빠(膽)병은 혀가 두툼하고 누런 설태가 끼며 쓴맛을 느낀다. 베껜(痰)병은 혀에 핏기가 없이 매끄럽고 희끄무레한 설태가 끼며 축축한 질감을 보인다. 혀의 색깔이 검게 변하면 좋지 않은 징조이니 반드시 의사를 찾아야 한다.
요진은 다른 고대 의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티베트의학만의 가장 독특한 특색의 하나이다. 오줌은 티베트의사에게 장기의 부조화와 체열을 관찰할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존재이다. 요진을 받으려면 의사의 사전 지시에 따라 전날 밤부터 금기와 수칙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환자는 검진 전날 밤에 자극성이 강한 차나 커피 술 버터밀크 비타민제나 다른 약물 양념음식 그리고 설익은 스테이크와 같이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육체적으로도 달리기 같은 힘든 운동이나 땅파기 같은 막일을 해서도 안 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 충분한 숙면과 휴식을 취해야 한다. 정신적으로도 무리해서는 안 된다. 특히 검진 전날 밤은 부부가 잠자리를 같이 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것들은 오줌에 미묘한 영향을 미쳐 요진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육류(고기)와 같이 성질이 더운 음식을 양념한 음식과 곁들어 먹는다든가 술 같은 더운 성질의 음료를 섭취하면 티빠(膽)병이 전혀 없는데도 티빠병이 있는 오줌으로 오진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요진(尿診)을 앞둔 전날 밤은 마실것도 적당 양 마시고 식사도 쌀과 채소 같은 평범한 채식으로 때우고 편한 잠을 푹 자주어야 한다.
진단에 쓰일 오줌은 자정이 지난 당일 새벽에 받은 첫 오줌이어야 한다. 자정 전까지는 그날 먹은 음식들이 소화되고 찌꺼기들이 배출되는 도중에 있어 시오(試尿)로서 부적절하지만 그 후로 받는 신선한 새벽 첫 오줌은 체내의 불균형과 체열을 잘 반영하여 어떤 몸의 이상도 정확히 읽어낼 수 있다.
■아주대교수·한국티베트의학원장
200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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