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업을 저질렀어도 마음을 돌려 고백하고 앞서의 잘못을 반성해 깨닫고 마음을 집중하여 거듭 참회한다면 과보를 받지 않는다. <분별악업보응경>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과오와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상황논리’와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핑계를 대기에 바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김대중 정부 시절 도청 논란’에서도 이런 모습은 다시 확인된다. 당사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고받은 바 없다”라는 뻔한 대답에 “결백을 확신한다”며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까지 했지만 나중에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며 감옥으로 갔다.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당들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여당 시절에 행했던 ‘원조범죄’에 비하면 김대중 정부의 도청은 ‘관습범죄’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도청은 거대 국가권력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범죄이며 도청 결과가 어떻게 쓰였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을 흠집내기 위한 음모”라며 한 술 더 뜬다.
이 사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관련자들의 뻔뻔스러움이다. 거의 후안무치 수준이다. 누구하나 “권력유지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도청한 것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먼저 사과하는 사람이나 정당은 없다.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참회하고 반성하면 자연스럽게 용서해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부처님께서도 잘못을 반성하면 과보를 받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쌀쌀한 요즘 세상이다.
■유철주(취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