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프라세나짓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 무엇을 말하여 제 몸을 스스로 사랑함이라고 하시고, 무엇을 말하여 제 몸을 스스로 지킴이라 하옵니까” 부처님은 계송으로 말씀하셨다.
“무릇 사람들은 악을 지으면서 능히 스스로가 깨닫지 못하고 어리석어 기분이 좋다가 뒤에는 모진 고통을 받게 되느니라. 제 몸을 스스로 사랑하는 이는 삼가서 지킬 바를 지키게 되며 마음을 고루고 몸을 바루나니 복은 마땅히 하늘에 오르리라”<아함경>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부처님 말씀을 되새기게 하는 일련의 일들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류대 출신의 젊고 건강하고 교양있는 단아한 한국난자’.
이 문안은 취업광고가 아닌 일본에서 한국여성의 난자를 일본인 불임부부에게 알선하고 있는 광고이다.
국내에서 불법 난자매매가 거래된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제는 국제적인 불법 난자매매가 이러한 광고를 통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일본에서 한국을 방문한 불임여성만도 모두 249명이고 난자제공회원이 2,029명이라는 사실은 난자매매가 기업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난자매매는 지난 해까지는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었으나 2005년 1월에 발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난자를 기증하거나 기증받는 것을 제외하고 금전적 이익을 위해 정자나 난자를 제공하거나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매매과정에서 금전적 거래내용을 숨길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며 생명윤리법이전에 이루어진 난자매매는 의료법위반으로 처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대개 난자매매는 20~30대 여성들이 신용카드 빚, 학자금, 생활고 등 경제적인 이유와 불임부부들의 돈을 주고라도 난자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이 맞아 떨어지면서 음성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난자매매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들이 있다.
첫째, 난자 채취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점에 대해 지식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보통 가임여성들은 한 달에 한 개씩 한쪽의 난소에서 번갈아 배란이 된다. 불임여성들은 보통 기증받은 난자를 체외수정시켜 자신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으로 임신을 시도한다. 그러나 체외수정을 할 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난자가 필요해 난자제공자가 과(過)배란 유도제를 맞는다. 이 호르몬 주사는 제공자의 체질과 건강상태에 따라 20~30%의 후유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난소과자극증후군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둘째, 난자불법거래는 법적, 윤리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즉 난자공여자에게 나중에 아이들이 진짜 어머니를 찾아 나설 때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매매브로커들은 난자제공자들로부터 향후 아이의 친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했지만 법적 효력은 의문이다. 즉 난자공여로 태어난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뿌리를 찾겠다며 친권자를 찾을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의 몸과 생명에 관한 성찰 그리고 향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며 국가는 난자매매와 관련한 현재의 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A.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에서 한꺼번에 수천개의 태아가 병속에서 부화되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병에서 나와 보모들에 의해 양육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헉슬리는 과학의 진보는 인류에게 야만세계를 가져다 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생명을 가볍게 보는 현실 속에서 부처님의 ‘자애품(自愛品)’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지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