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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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담 스님의 스님이야기-법경 스님 (上)
불치병 기도로 극복한 후 평생 봉사 원 세우고 혼신

석주 큰스님의 법상좌인 법경 스님은 나의 도반이자 대학원 동문이다. 그러나 가까운 수도권에 살면서 자주 만날 기회는 없었다.
내가 법경 스님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 것은, 90년대 초다. 스님은 방생이 한강 수질을 오염시킨다며 불교계 자성을 촉구하는 사회적 여론이 빗발칠 때 “방생의 근본이 생명존중이라면 물고기가 적응을 못해 죽는다는데 굳이 관습의 틀에 잡혀 비판받을 이유가 무엇인가” 라며 물고기 방생을 그만두고 성지순례와 인간방생으로 방향을 바꿨다. 당시 포교당 주지로서 대단한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별반 달라진 것 없이 예전 그대로의 방생을 하고 있는데 10여년전에 벌써 그러한 결단을 한 스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법경 스님은 서울 광진구에서 포교원 능인정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활동 영역은 성동구다. 따라서 양구(兩區)를 다니면서 폭넓은 포교를 하고 있다. 사중 살림이 넉넉한 것 같지도 않은데 독거 노인, 불우 이웃, 청소년 장학금, 군부대 포교 등 지역 사회를 위한 일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돕기에 나선다. 스님의 이러한 활동은 주민과 기관장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것같다. 그렇기에 종교인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 ‘서울특별시민상’ 추천을 주민과 단체장들이 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성동구 문화원’의 이사로도 모셨다.
이러니 오죽 바쁘겠는가. “건강좀 챙겨라”고 하면, “과거의 법경이는 죽었고, 부처님의 가피로 새 법경이 태어났다”고 말하곤 한다.
법경 스님은 기관지가 안 좋아 병원에 입원을 했었는데 의사가 늦었다며 수술을 한다 해도 가망이 50%라며 장담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럼 얼마나 살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1년 정도란 말을 듣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단양 원통암을 찾아갔다. 차라리 삶을 회향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관음 100일기도를 하였다. 얼마나 간절하게 하였던지 회향 3일전인가 비몽사몽간에 어떤 노스님이 나타나 장삼자락을 들추더니 빨간 약주머니를 꺼내 주어서 받았다고 한다.
100일 기도를 회향한 후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식욕이 생겼고, 한 달이 지나자 그렇게도 숨차하던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3개월이 되자 정상적으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6개월이 지나면서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고 병원에 검진을 갔는데, 의사가 완치가 되었다고 깜짝 놀라며 현대의학으로 알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 법경 스님은, 약사부처님의 가피를 받았다는 생각으로 불은(佛恩)에 보답하겠다며, 사회의 어두운 곳을 찾아 평생 봉사하며 살아가겠다는 원을 세웠다. 또 부처님가피로 죽을 병을 극복하고 나니, 이제는 어떤 어려운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능히 헤쳐 나갈 자신감도 생겼다.
생사(生死)라는 큰 고비를 극복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남을 돕겠다는 자비심으로 자신을 신장시키고 변화시켜 나간 것이다. 승속(僧俗)을 막론하고 불행을 겪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때로는 자신을 보다 가치있는 삶으로 변화시켜 주는 기회도 되는 것 같다.
어느 선지식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고뇌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 고뇌할 필요가 없고, 방법이 없다면 고뇌하는 것은 무익하다.”
언젠가 법경 스님은 서울의 모기관 고급 공무원의 타계로 인해, 도반과 함께 영결식장에 갔다. 영결식장에서 어느 목사가 설교를 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고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 같았다. 그런데 불교의식도 함께 했고 스님의 법문에 이어 <반야심경>을 독송하는데 참석자들 사이에서 염불소리가 들려 영결식을 마친후 그 보살들과 차담을 나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인의 집안은 독실한 불교였고, 미망인도 그 보살들과 함께 불교대학을 수료하고 염불팀으로 함께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부인은 몇 개월 전만 해도 다니던 사찰에서 2천여 신도를 리드하던 간부급 신도였다고 한다.
스님은, 그 부인의 병을 고쳐보려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종교까지 버렸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한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의 말을 빌리면, 마지막 떠나는 길에 종교를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법경 스님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이제 법당에서 불자 오기를 기다릴게 아니라, 현대라는 복잡하고 다양한 직종에 맞게 그들의 고뇌와 번민을 덜어주며 마음의 평화를 건네 줄 수 있는 손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한다.
■남양주 무량사 주지
200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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